이는 전임 이헌재(李憲宰) 경제팀의 정책기조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은 것. 새 경제팀의 색깔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을 들을만한 대목이다.
세부항목에 들어가면 개혁의 추진방향이나 속도, 거시경제 정책의 무게중심 등에서 차이가 감지된다. 굳이 표현하자면 개혁은 시장의 요구를 가능한 한 반영해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추진하고 경제정책은 금융 일변도에서 탈피해 경기 양극화 등에 대해서도 긴밀히 대처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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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친화적 개혁 추진〓개혁성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경제장관들은 이구동성으로 ‘중단없는 개혁’을 천명했다. 현대사태에 대해 진장관은 “정부 대응에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쳐졌지만 어떤 경우든 정부는 반드시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의에 배석한 한성택(韓成澤)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도 힘쓰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정부의 개혁은 시장의 힘을 키우는 차원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을 편성할 때 규제완화 여부를 중요한 잣대로 삼기로 한 것은 시장기능을 살리는데 정부가 솔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 진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예금보장한도의 확대와 공적자금 추가조성 방침을 밝힌 것도 시장의 요구와 정책간의 연계성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친화적 개혁은 금융 구조조정의 속도를 늦추는 결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분석. 시장의 이해당사자들은 환영하겠지만 이는 또다른 차원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양극화와 연착륙 대비〓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몇몇 장관들이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심상치 않다”며 우려를 제기했다는 점. 전 경제팀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 성장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낙관했지만 새 장관들은 경기가 하강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지역별 산업별로 양극화하는 현상을 걱정했다.
정부는 그러나 경제정책의 골격을 송두리째 바꿀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 △연간 경제성장률 8%수준 △국제수지 흑자 100억∼120억달러 △소비자물가상승률 2.5% 등 거시경제 목표치는 수정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산업현장 등 실물분야의 목소리를 충실히 경청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기로 했다. 새 경제팀은 기획통이 주류를 이룬 특성을 나타내 경제정책의 관심 영역을 금융 외에 다른 분야로 확장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성장엔진을 확보하고 △벤처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 △공기업 민영화 △공무원 연금 등 사회보험제도의 내실화 등에 주력하기로 한 점은 경제팀의 면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