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4일 종합주가지수 1059.34, 코스닥지수 266.00으로 화려하게 개장했던 국내 증시가 이후 침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시장에서는 현대를 지목한다. 증시침체는 금융시장 불안 때문이며 불안의 ‘발단’은 현대라는 것이다.
한국은행 주식시장팀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증시에 물량이 과잉 공급된 데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거품논쟁이 겹쳐 하락 요인은 있었다”면서 “그러나 현대사태가 없었다면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900선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과 7월 850선을 회복하며 900선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이 때마다 현대가 걸림돌이었다는 것.
▽시장이 말한다〓5월26일 현대건설의 1차 유동성위기가 불거지자 종합주가지수는 전날의 699.53에서 656.66으로 42.87포인트 폭락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4.26포인트 하락했다. 이어 5월31일 현대가 ‘3부자 퇴진’ 등 경영개선 계획을 내놓자 종합주가지수는 40.62포인트 상승하며 단숨에 7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6월말까지 매듭짓겠다던 계열분리와 3부자 퇴진 등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자 시장은 이를 묵과하지 않았다. 7월24일 한국기업평가의 현대 8개 계열사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현대건설은 2차 유동성위기에 몰렸고 종합주가지수는 783.89에서 737.89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이 외자유치 과정에서의 문제로 전자와 증권을 28일 제소하자 다시 35.03포인트 빠지면서 700선이 무너졌다. 현대가 추가자구안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는 가운데 8월 들어 주가는 60포인트 이상 빠졌다.
▽현대건설만 해결되면?〓동양증권 투자전략팀 서명석팀장은 “현재 주식시장의 고전은 유동성 부족 때문이 아니라 신용이 무너진 탓”이라며 “불신의 한 가운데에 현대가 있으며 현대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자금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G증권의 관계자는 “대통령이 8일 현대 사태에 의지를 보이자 연일 하락하던 증시가 9일 40포인트 이상 반등했다”며 현대문제가 키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도 “현대가 시장이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는다면 이제라도 종합주가지수는 단숨에 100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