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급등-물가, 국제수지에 적신호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40분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빈곤국’인 한국 경제에는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전반적인 국제 유가 강세로 이미 우리 경제 곳곳에 주름살이 나타나고 있다.

▽왜 오르나〓무엇보다 정유업계의 수요 예측이 실패했다. 각국의 정유업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단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원유 비축량을 늘리지 않았다.

여기에 심리적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원유 거래시장의 가격 완충 기능이 약화됐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자본’의 움직임도 유가 불안을 부추겼다. 산유국간 불협화음도 한 요인이다. 특히 최근 오름세는 이달 초로 예상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 증산이 유보된 탓이 크다.

▽더 오를까〓한국석유공사는 현재의 유가 강세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원유 수급 사정이 좋아지고 있는데다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유가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그러나 연초부터 ‘하향 안정세’ 전망이 번번이 빗나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최근 국제 유가 동향은 종래의 패턴에서 벗어나 있어 섣불리 낙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 불안 초래〓석유류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원유가 상승 여파가 직접적이다. 우선 무역수지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7월까지 원유 도입액은 이미 140억달러로 작년보다 100% 이상 늘어났다.

올초 연간 원유 도입액을 202억달러선에서 묶으려고 했던 정부는 이미 6월에 234억달러로 상향조정했으나 이마저 지켜질지 불투명하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1달러 오르면 무역수지는 10억달러 줄어든다”고 말했다. 고유가는 100억∼120억달러의 올해 무역수지 흑자 목표 달성에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원유 의존도가 높은 정유, 석유화학, 항공 교통 업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물가 불안도 부채질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원유가가 1달러 오르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7% 끌어올린다. 유가 급등에 따른 산업용 에너지비용 추가 부담으로 건자재, 가전, 자동차용 중간 제품 등의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원유가격 상승 등으로 올 상반기 수입 물가(원화 기준)는 작년 동기보다 10.4%가 상승, 98년 외환 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제2차 오일쇼크(81년) 이후 가장 상승률이 높다”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자물가는 매우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재경부가 발표한 7월중 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한달 전에 비해 0.3%, 작년 7월에 비해 2.9%나 상승했다.

고유가는 하반기 우리 경제 운용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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