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북한카드로 활로모색, 시장은 냉담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40분


새경제팀이 들어서면서 현대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부의 해법이 달라진 것이다. 시장에선 새 해법이 과연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지배구조의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그렇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대를 기업개혁 차원에서 ‘손보겠다’던 정부는 신경제팀 등장 이후 ‘건설의 유동성 확보노력’으로 문제의 초점을 바꿨다. 지배구조의 개선은 당연히 뒤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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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동안 구경제팀을 피해다녔던 현대는 이제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성의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가 내세우는 ‘신북풍카드’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거리다. 시장에선 자금동원도 쉽지 않은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현실로 돌아선 정부입장〓진념(陳稔)―이근영(李瑾榮)―이기호(李起浩) 라인으로 짜여진 신경제팀은 현대문제를 ‘정공법’으로 돌파하기 보다 채권은행을 앞세우고 뒤에서 ‘훈수두는’ 방법을 택했다. 이용근(李容根)전금감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현대를 압박하던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본 신경제팀은 문제 해결 창구를 모두 채권은행에 일임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강력한 자구계획 마련 △자동차 중공업 계열 조기분리 △경영지배구조 개선 등 현대가 어느 한가지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던 입장에서 벗어나 당장 자구계획에 초점을 맞추고 협상에 들어갔다. ‘퇴로가 없는’ 정씨 일가를 너무 몰아붙이다간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뿐이라는 계산.

▽대북카드로 모면하려는 현대〓그동안 아예 정부와 접촉을 꺼렸던 현대는 정부의 요구조건이 좁혀지고 현실적으로 돌아서자 ‘이제는 해볼만한 게임’이라며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정부 요구조건은 구경제팀에서 마련한 3개항 그대로지만 개혁강도는 덜하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정몽구(鄭夢九)자동차회장의 퇴진문제도 ‘본질이 아니다’는 채권단과 정부의 설명에 느긋해하는 입장이다. 현대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의 방북 직후 대북사업 카드로 현 국면을 모면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건설 유동성 문제로 그룹 전체가 휘청거린데다 대북사업도 시장에서는 경제성과 사업성에 대해 부정적인 눈총을 보내고 있다.

▽냉엄한 시장의 평가〓금융시장은 현대문제를 처리하는 정부의 태도와 현대의 움직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있다. 정부는 겉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속내는 구경제팀에 비해 재벌에 밀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시장의 평가 또한 호의적이지 않다. 한 투신운용사 사장은 “현대는 그동안 국가경제를 볼모로 위험한 게임을 벌여왔다”며 “현대 때문에 국가경제가 발목잡히면 금융시장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거나 구조조정을 대충할 경우 기업개혁은 물건너 간다는 지적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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