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그룹은 이미 새사옥 구입을 검토하는 등 명실상부한 분가를 서두르고 있다.
정몽준(鄭夢準)의원의 중공업 부문이 내년중 분리하면 현대는 완전히 3개 그룹으로 나눠지게 된다.
그러나 그룹을 쪼갠다고 해서 이들 회사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씨 형제들은 이제 왕회장 의 후광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경영능력을 시장에서 냉엄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MH계열사〓정몽헌 회장이 맡은 계열사는 전체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상황. 하루빨리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경영 일선 퇴진을 천명한 정회장은 당면 문제들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감독역할에 머물면서 대북사업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건설은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전체가 심한 불황에 빠져있어 회생을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과거와 같은 마구잡이식 공사수주나 방만한 경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주력인 현대전자도 8조원이 넘는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반도체 불황이 닥친다면 MH계열사 전체를 공중분해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갖게 된다.
대북사업도 돈이 되는 사업 임을 시장에 증명해야 한다. 개성공단 사업은 현대 계열사의 추가부담 없이 자본을 유치해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대투신의 부실해결도 어려운 문제. 계열사 전체를 옥죄는 차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중공업의 분리도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각 계열사에 해준 1조원의 지급보증 문제가 남아있어 언제든 제2의 경영권 분쟁이 터질 수 있다.
▽MK계열사〓자동차 부문은 부실 계열사에 발목이 잡혀 함께 가라앉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계열 분리됨으로써 4, 5개의 메이저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계 자동차업계 상황에 적극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 현대캐피탈 등 4개사로 이뤄진 현대차 소그룹은 자산총액 26조원으로 현대 모그룹과 삼성 LG SK에 이어 재계 서열 5위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 창사 이래 최대인 310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적자에서 상반기 826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경영이 정상화됐다. 이처럼 좋은 실적을 올리고도 주가가 저평가돼온 불이익을 이번 계열분리로 씻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그룹은 그러나 자금줄이 될 금융 계열사를 더 이상 갖지 않게 되었다. 자동차산업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 면에서는 과거보다는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이병기 홍석민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