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강종만/구조조정 달성을 위한 과제

  • 입력 2000년 8월 14일 14시 44분


10세기경 중국의 고승인 운거 선사는 "한 가마솥의 떡을 다투면 셋이 먹기에도 부족하나 사양하면 1000명이 먹어도 남는다"고 했다. 이 말은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설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인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합심한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 국민은 기업구조조정, 금융구조조정 등 되새겨 보기도 싫은 일련의 시련을 겪어왔다. 그러나 온 국민이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 사태에서 보듯이 아직도 재벌 개혁은 미진한 상태이고 금융권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제2차 금융구조조정 시행에 필요한 공적자금 규모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운거 선사의 말씀처럼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가 다르듯이 평가자의 기준에 따라 구조조정 성과도 다르게 평가될 것이다. 더구나 추가 공적자금의 소요 규모는 구조조정의 목표, 대상, 정도 등에 따라 가변적인 것이다. 따라서 책임 규명이나 규모 등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하고 현안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우리 모두의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금융산업이 21세기 핵심산업으로 발전하고 국가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과 제2금융권에 대한 제2차 구조조정이 조속하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구조조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우선 구조조정비용이 최소화되고, 당사자간 합의와 비용분담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정부가 투입하는 공적자금의 최종 부담자는 국민이므로 국민 대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비용부담의 원칙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구조조정 비용의 부담에 관한 국민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그 동안 미뤄온 투자신탁업 등 제2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하여 금융시장에 내재된 근본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투신사 문제 해결과 함께 종금사 구조조정 방향과 상호신용금고, 신협 등 지역금융기관의 부실 해결과 향후 발전방향도 명확하게 하여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21세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밑그림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은 최대한 자제하여 금융시장의 시장기능을 향상시키며, 시장기능에 의한 금융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개입은 문제해결을 단순화하는 이점이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지연시켜 시장여건이 변화할 경우에 잠재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금융시장의 장기적인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금융시장의 시장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금융의 역할을 축소시켜야 한다. 정부금융인 체신금융의 규모가 증대함에 따라 정부에 의한 금융시장 지배가 강화되어 금융시장의 자금배분 기능과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국제화된 금융시장에 적합한 금융시장 기능의 활성화를 위해 체신금융의 역할증대는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정책의 신뢰성이 제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책시행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투명성이 향상되어야 한다. 만약 재벌 등에 대한 기업구조조정의 투명성과 일관성이 상실되어 구조조정 비용이 늘어난다면 해당 재벌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도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비용의 최소화를 위해 정책의 신뢰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함께 정부가 직접 핵심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여건 등을 감안한 단계적인 정책집행은 정책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므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핵심문제를 우회하기보다는 직접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정책의 신뢰성이 제고되어 구조조정의 목표 달성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강종만(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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