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16일 '경제 사회 10대 현안과 처방'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위기의 징후〓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원인 투신권과 종금사가 상당수 기능을 상실한 상태에서 은행은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자금조달원이 차단되면서 부실기업이 증가하고 최근 대기업 부실까지 발생하자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시장 전반이 침체됐다.
워크아웃 업체들의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고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업체가 상당수.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는 제조업체 중 25%에 해당되는 918개 업체가 영업활동으로 금융비용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2차 금융구조조정의 여파가 신용경색으로 연결되면 극소수 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기업구조조정도 힘들어진다.
무역수지 흑자가 줄고 있으며 단기외채 비중도 상승하고 있다. 호황이 반도체 등 IT업체에 국한돼 경기 양극화가 심각하다. 건설과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형 지방산업은 기반이 와해되는 조짐마저 보인다. 벤처열기는 '묻지마 투자' 에서 '묻지마 회수' 로 돌아섰다.
공공부분의 개혁은 가시적 효과가 미흡하고 사회적 갈등은 위험수위에 올라왔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가시적인 성과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에서 경기가 급격하게 식으면 금융불안이 경제불안으로 확대돼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처방〓 정책당국의 위기관리 의지와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기업 및 금융부실 처리 등 당면 문제와 남북경협 통일 등 중장기 과제를 확실히 구분해서 처리해야 한다.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 기업부실-금융부실-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의약분업 등 사회적 갈등은 정부가 타협을 이끌어내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이완된 사회분위기를 다시 잡아야 한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