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추진 후 3년째 후유증을 앓아오던 HSD엔진과 한국철도차량 등이 이같은 사례.
이들 법인들은 최근 출자사 채권단 등의 합의에 따라 통합 장애물을 일시에 제거하고 증자 외자유치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들 법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쌓여 있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HSD엔진 법정분쟁 완전 타결〓한국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의 합자 법인으로 법정에서 경영 주도권 문제를 다투던 HSD엔진은 최근 증자와 관련한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증자중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으로 법정 대결로 치닫던 한중과 삼성중은 각각 한발씩 물러났다. 한중은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85%로 상향조정하자는 삼성중의 요구를 수락했고 삼성중 역시 출자회사 공동 추천에 따라 사장을 선임하자는 한중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특별결의 요건을 높이는 것은 경영권의 침해”라는 주장과 “중립적인 사장 선임 절차가 없으면 경영권의 전횡이 우려된다”는 견해로 대치해오던 양사가 극적으로 합의한 것.
이같은 합의안이 마련된 뒤 자금 부족을 겪던 대우중공업도 주금 납입을 끝내 HSD엔진은 자본금을 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리고 통합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HSD엔진은 또 주총을 열고 삼성중공업 김해석(金海錫)이사를 상무에, 대우중공업 이열호(李悅鎬)부장을 상무보로 선임하고 적극적인 해외 수주에 나선다는 방침.
▽한국철도차량 부실자산 처리 합의안 도출〓지난해 7월 현대정공 대우중 한중의 철도사업 부문 통합으로 설립된 한국철도차량은 최근 3사 합의로 양보안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한국철도차량은 3사가 넘긴 자산과 부채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신용장도 현금을 담보로 개설하는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3사는 적자 사업의 손실분 614억원 중 160억원을 채권단이 떠안는 안에 합의함으로써 경영 정상화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국철도차량은 지분 50% 범위 안에서 올해말까지 1억6000만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한다는 목표 아래 외국 업체와 본격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남은 과제들〓지금까지 불거진 문제들이 재연되면 순항체제가 일시에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
HSD엔진의 경우 한중과 삼성중의 경영권과 관련한 입장 차이가 완전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것. 양사의 관계자들은 합의안이 나온 뒤에도 “지분이 32%인 회사가 특별결의 요건을 들먹이면 신속한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억지를 부리던 회사가 언제 다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할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한국철도차량도 난제가 쌓여 있다. 3사의 철도차량 사업의 연간 매출액 합계는 8000억원 규모이고 수출은 20%를 차지했으나 빅딜 이후 해외 수주 실적이 갑자기 떨어지고 있다는 것.
3사의 화학적 결합은 아직 요원하다는 것.
이 밖에 서로 다른 임금 체계를 유지해오던 각 사 조직이 일시에 통합되는 바람에 임금 수준을 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