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씨 현대車 지분, 美자딘플레밍에 매각 추진

  • 입력 2000년 8월 21일 23시 17분


현대가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자동차 주식 대부분을 최근 체이스맨해튼은행에 합병된 미국계 증권투자회사 자딘플레밍에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에 대해 계약 성사 여부는 22일 오전에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하며 자딘플레밍과 같은 공신력 있는 투자기관에 지분을 매각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가 주 내에 매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채권단이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는 21일 “자딘플레밍이 최근 정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주식매수의사를 밝혀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이 회사는 현대와 특수관계가 전혀 없는 회사”라고 밝혔다.

현대측은 또 “자딘플레밍이 현대자동차에 대한 경영권 참여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며 “정 전 명예회장의 매각 대상 주식 1271만주(6.1%)중 1000만주 이상을 매입할 의향을 밝혀 협상이 잘되면 일괄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현대는 또 지분매각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동차 지분매각 및 실사과정에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현대자동차가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대는 이르면 22일 가격협상을 끝내고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금주 말 공정위에 계열분리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계열분리 원칙을 지키고 매수인이 현대측과 특수관계가 없는 공신력 있는 투자기관이라면 매각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그러나 시장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매각을 지연시켜서는 안되며 주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 및 시장 일각에서는 현대가 매각 협상중인 미국계 투자회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지분 매각을 지연하거나 특수 관계인에게 지분을 넘겨 계열분리를 무력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며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는 “정몽구(鄭夢九)회장이나 현대자동차가 지분 매입의사를 수차례 밝혔고 국내에도 사려고 하는 곳이 많은데 현대가 왜 굳이 외국계 회사에 매각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현대측이 아직도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말 현대가 현대강관을 계열분리하면서 지분을 도쿄미쓰비시은행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이를 인수한 곳은 역외펀드였다”며 “현대가 과거 수차례 이 같은 편법 외자유치의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부에서 의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는 “자딘플레밍은 객관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은 투자기관”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한 친족 기업이나 특수관계 회사에는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차 지분매각과정을 면밀히 점검해 특수관계인이 매수에 관여하거나 매각이 지연될 경우 당초 방침대로 채권단이 이 지분을 인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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