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개미'들처럼 김씨의 '투자 인생'은 순탄치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가기 직전인 97년 9월. 김씨는 쌈지돈 50만원을 들고 증권사를 찾았다. 계좌는 어떻게 만드는지, 주문은 어떻게 하며 매매는 어떤 식으로 체결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하나 하나 설명을 들은 다음 김씨는 대림산업 우선주를 매수했다. '적금 하나 든 셈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주식에 입문한 그였지만 주가가 떨어지자 오기가 발동했다. 여유돈 3800만원을 몽땅 주식에 쏟아부었다.
생애 최대의 실수였다. 곧바로 IMF 한파가 불어닥쳤던 것.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원금은 불과 몇 달 만에 3분의 1토막으로 줄어들었다. 김씨는 "그때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면서 "원금을 까먹었어도 아무런 대책 없이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는 심정으로 버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투자 경력이 차츰 붙어가면서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침 98년말 건설주에 매기가 붙어 원금도 회복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뒤 김씨는 '주식 투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했다. '바둑 격언에 따라 주식투자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이때였다.
김씨는 "바둑과 주식투자는 비슷한 점이 무척 많다"고 말한다. 예컨대 '입계의완(入界宜緩)'이라는 격언. 상대의 영역에 들어갈 때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들어가라는 말이다. 김씨는 이 격언을 '새로운 종목을 선택할 때는 충분히 검토를 해본 뒤 하라'는 투자격언으로 바꿨다.
'세고취화(勢孤取和)', 세력이 약할 때는 타협하라. 이 격은 하락세를 보이는 종목은 괜히 오래 잡고 있으면서 고민하지 말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는게 좋다는 식으로 해석이 됐다. '봉위수기(逢危須棄)'. '위험하면 마땅히 버려라'는 뜻의 이 격언에선 손절매의 진리를 깨달았다.
김씨는 "바둑을 둘 때 즐겨쓰던 비결을 주식투자에 응용하다보니 실수가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주식투자와 관련한 전문적인 기법이나 용어를 몰라도 자신만의 투자원칙과 기법을 정한다면 '부하뇌동' 하는 식의 투자는 피할 수 있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바둑원리를 응용한 주식투자를 통해 김씨는 바둑을 둠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위기오득(圍棋五得)' 가운데 '득교훈(得敎訓)'을 한 셈이었다.
:김진영씨의 투자수칙:△부득탐승(不得貪勝). 이기는 것을 탐하면 얻지 못한다(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말자). △동수상응(動須相應). 상대방이 움직일 때 같이 움직일 것(기관과 외국인이 매수하는 종목을 산다). △공피고아(功彼顧我). 상대를 공격할 때는 먼저 나를 돌아보라(여유자금이 있을 때만 주식투자를 한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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