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국민이 부담해야 할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이자감면과 출자전환, 신규자금 지원 등의 갖가지 혜택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사주와 경영진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금감원 조재호(趙在昊)신용감독국장은 “워크아웃이 시행된 지 2년이나 됐지만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기업 금융 구조조정과 대우처리 문제 등으로 정신이 없어 워크아웃 중간점검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토지를 비싸게 떠넘기고 계열사 증자대금 마련〓워크아웃기업의 행태는 단순한 모럴해저드라기보다는 불법과 탈법행위에 가까웠다. 국회 정무위원 소속인 미주그룹 박상희(朴相熙)회장은 본인 소유토지를 계열사인 미주실업에 24억원에 매각하면서 이 중 13억원은 미주철강 증자대금용으로 썼다. 진도그룹 김영진(金永進)회장도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던 땅을 계열사인 진도종합건설에 86억원에 매각하면서 이 중 60억원을 진도종합건설과 진도산업개발 증자참여용으로 사용했다. 두 사람 모두 당시 공시지가보다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계열사에 떠넘겨 회사부실을 깊게 했고 대신 계열사 유상증자에 돈을 넣어 기업지배 수단으로 활용한 것.
▽기업주의 회사자금 부당 사용〓기업주가 회사자금을 부당 사용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이순국(李淳國)신호그룹 회장은 영진테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 전 사주의 보증채무를 면제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인 신호제지 명의의 어음 34억원을 사용해 결국 신호제지가 대신 물어주게 했다. 진도그룹 김회장은 ㈜진도에서 13차례에 걸쳐 51억원을 빌려 개인용도로 썼으며 이중 이자를 포함한 36억원은 빚을 갚을 능력도 없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법인 자금관리는 오리무중〓워크아웃기업의 현지법인에 대한 자금관리도 엉망이었다. 신호전자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법인과 영국 현지법인에서는 미수금 1400만달러 관리를 소홀히 해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 진도계열 중국 현지법인의 경우 청산관련 대금 5600만달러 중 2700만달러는 사용내용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관계회사에 빌려준 돈이 부실채권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신동방 신호제지 신호유화 동양철관 서한 등 5개사는 관계회사에 빌려준 2141억원 중 1399억원은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속한 사재(私財)출연은 ‘나 몰라라’〓기업주나 대주주가 기업개선약정을 맺을 때 내놓기로 한 사재출연을 기피한 사례도 적발됐다. 동아건설과 한창은 사재출연을 하지 않은 상태. 최원석 동아건설 전회장은 퇴진당시 부동산 등 개인재산을 회사에 증여하기로 하고 채권은행단에 재산처분위임장 제출 후 인감을 변경해 소유권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1차 워크아웃 실패 후 채무재조정을 받은 회사 기업주가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고합그룹 장치혁회장과 갑을그룹 박창호회장, 신원(박성철) 삼표산업(정도원) 서한(김을영) 등 6개사의 기업주는 공동 또는 각자 대표이사 형태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금감원은 일부 기업주는 다수의 사회단체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 대외활동에 과도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워크아웃기업의 도덕적해이 조사결과 및 조치내용 (자료:금융감독원) | ||
모럴해저드 유형 | 해당업체 | 조치내용 |
기업주 소유 부동산을 계열사에 고가매각 | 미주그룹(미주실업 미주철강) 진도그룹(진도종합건설 진도산업개발) | 국세청 세무조사 의뢰 |
기업주의 회사자금 부당사용 | 신호그룹(영진테크 신호제지) ㈜진도 | " |
현지법인에 대한 자금관리 미흡 | 신호전자 진도 중국현지법인 | " |
관계사 대여자금 부실채권화 | 신동방 신호제지 신호유화 동양철관 서한 | " |
채무재조정하고도 경영진 퇴진 약속 불이행 | 고합(장치혁) 갑을 갑을방적(박창호) 신원(박성철) 우방(이순목) 삼표산업(정도원) 서한(김을영) 신호제지 신호유화 동양철관(이순국) | " |
채권단 동의없이 신규사업시행 및 자금집행 | 대우전자 동아건설 우방 신우 아이즈비전 | " |
위장계열사 소유 | 대우자동차 | 공정위 조사의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