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10년내 전문경영인 시대로" 현대경제硏 보고서

  • 입력 2000년 8월 22일 18시 44분


기업경영체제가 세계화되면서 전문경영인체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국적 전문경영체제의 정착방안 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미국 기업의 전문 경영인 체제가 어떻게 정착됐고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또 한국에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해결돼야 하는지를 다루었다.

▽미국기업의 경영구조 변화=미국기업의 경영구조 변화는 소유경영체제 시기(1880년이전)→과도기(1880∼제1차 세계대전)→전문경영인체제 정착기(제1차 세계대전이후) 등 세 시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소유경영체제 시기는 미국 대부분의 기업이 운송 및 통신망의 미비로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비교적 소규모의 가족경영체제를 유지했다.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지 않았다. 철도가 발달하면서 서서히 기업의 대형화가 시작됐다.

과도기에는 오너 경영인은 투자의사결정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만 관여했으며 대부분의 업무는 전문경영인에 의해 처리됐다. 기업이 커지면서 오너 경영인이 기업의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데 물리적인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전문 경영인에 의한 경영대리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후 기업간 합병이 잦아지고 소유 경영인은 상속 등의 과정을 통해 지분이 분산되면서 소수주주로 전락해갔다. 또 기업이 주식매각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면서 대주주의 지분은 갈수록 떨어졌다. 각 기업이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하고 지역별 책임경영체제인 사업부제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전문경영인의 위상이 높아졌다.

▽미국기업의 전문경영인집단=60년대까지는 최고 경영자(CEO)와 최고 운영관리자(COO) 등 2인 체제로 기업이 운영됐으나 세계시장에서 경쟁심화 급격한 기술변화 자본시장 변화 다각화 및 세계화로 최고 경영자 한두명으로는 기업을 통제할 수 없게됐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은 CEO,CFO(최고 재무책임자) CSO(최고 스텝관리자) CIO(최고정보관리자) 등의 분야별 전문경영자집단에 의힌 경영체제로 변화됐다.

GE의 경우 8명이 최고 경영층을 구성하고 있는데 잭 웰치가 이사회 의장 겸 CEO를 맡고 부회장인 오피가 비금융부분 영업총괄, 또다른 부회장인 댐머만이 GE 캐피탈 영업을 맡고 있다.

존 F 스미스가 이사회 의장겸 CEO를 맡고 있는 GM의 경우 최고 경영층이 6명. 회장 밑에 부회장이 한 명 있으며 부회장 밑에 각 지역본부장을 관할하는 COO, CFO 신사업전략담당과 인적자원관리와 각종 스텝기능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구성돼있다.

최고 경영자는 대부분 이사회에 한시적으로 설치되는 승계위원회 에서 담당한다. 이사회는 기업실적의 급격한 악화나 불법적인 일 등 최고 경영층에 대한 불신이 발생하여 과거와 단절을 도모할 때 주로 외부인사를 영입한다.

내부 육성은 기존 전략의 차질없는 추진 등 원활한 경영승계를 원할 경우가 많다. 특히 GE는 철저한 내부승계 프로그램운영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현황과 과제=한국기업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있다. 한국기업은 5∼10년이내에 과도기를 탈피하고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상.

그러나 이런 변화를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기업내부의 반감, 연공서열적인 의식구조, 이사회제도의 정착미흡, 경영정보의 불투명성 등이 막고 있다. 또 외부적으로는 전문경영인시장이 아직 형성돼있지않고 자본시장이 비효율적이다보니 시장에 의한 감시체제가 작동되지 않고 있어 경영체제 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경영체제가 확고히 자리잡으려면 책임경영체제 구축이 급선무. 전문경영자집단에게는 경영권이 위임돼야 하고 경영인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사후적인 경영감시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대주주 경영자가 존재하고 연공서열식 문화속에서 국내기업의 전문경영인은 대주주가 지시한 업무를 잘 이행하는지와 충성심으로 평가됐다. 전문경영인들은 또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보다는 단기실적에만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런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이사회내부에서 독립성을 갖는 보상위원회를 구성, 주주가치의 관점에서 전문경영자를 평가해야 한다. 또 스톡옵션 등 실적과 연계한 보상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기업들은 또 회사내부에 CEO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한다. CEO의 선정은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기업의 사정에 따라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거나 내부에서 CEO로 키우는 인재가 전문지식 리더십 글로벌경영마인드 책임감 성실성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표적 전문경영인은 美 GE社 잭 웰치회장"

한국의 경제 경영 전문가들은 미국 GE의 잭 웰치회장을 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경제 경영분야의 전문가 118명에게 한국기업의 전문경영인체제 도입과 향후 과제 라는 제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의 55.9%가 한국에도 전문경영인이 있다 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들은 최고의 외국 전문경영인으로 잭 웰치(55.4%)를 압도적으로 꼽았고 이어 △크라이슬러의 아이아코카(22.9%)△휴렛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3.6%)△월트디즈니즈의 아이스너(3.6%)△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3.6%)를 지목했다.

한국의 전문경영체제가 성공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83.1%를 차지,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전문경영인체제 정착시기와 관련 5년후(44.9%)가 가장 많았고 10년후(42.9%) 15년후(6.1%) 20년후(6.1%)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의 장점으로는 기업구조가 개방되고 투명화된다 (55.9%)고 지적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1인의 독단적 경영방지(33.1%), 주주가치 극대화(5.9%),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형평성제고(1.7%), 기업환경변화대처(1.7%) 능력있는 경영자의 효율향상(1.7%)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경영인체제의 단점으로는 장기적 안목의 경영전략 부족이 72.6%로 절대다수를 차지했고 전문경영인의 사적이익추구(18.8%), 의사결정속도지연(6.0%)순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에 전문경영인체제 정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경영의사결정과 인사권위임(23.7%)△외부인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문화 정착(22.0%)이 지적됐다.

이어 △기업정보의 투명성과 접근성 제고(18.6%)△외부전문가 시장의 형성(11.9%)△효율적 자본시장의 형성(6.8%)△전문경영인에 대한 선발 및 평가와 보수체계의 확립(5.9%)순.

전문 경영인에 대한 성과급의 기준으로는 장기적 성장성중시 (42.3%)가 가장 많았고 주가(30.8%) 단기경영실적(18.3%)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응답경향은 전문경영인체제의 단점으로 지적된 장기적 경영전략의 부재를 보완하기위한 방법으로 장기적 성장성이 전문경영인의 평가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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