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급격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경기 연착륙에 서서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00년 2·4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잠정)에 따르면 실질 GDP는 지난해 동기 대비 9.6% 증가했지만 올해 1·4분기(1∼3월)의 12.8%에 비해서는 성장세가 둔화됐다.
▽성장세는 지속〓한은 이성태(李成泰)부총재보는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아직 경기 정점에는 도달하지 않았으며 연내에도 경기정점에 도달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부총재보는 또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올 하반기 급격한 경기둔화로 불황국면을 맞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한편 2·4분기 중 GDP 증가는 주로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에 의해 주도되는 바람직한 모습을 보였으며 소비와 건설투자의 GDP 증가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아 과소비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경기 조정국면 진입 조짐〓한은은 경제성장률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보다는 전기 대비 성장률을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계절변동 요인을 제거한 전분기 대비 계절변동조정 실질 GDP는 99년 1·4분기 3.1%, 2·4분기 4.1%, 3·4분기 3.3% 등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4·4분기(2.8%)에 증가세가 둔화된 이후 올해 1·4분기(1.8%)와 2·4분기(1.1%)에 더 낮아졌다.
한은 최춘신(崔春新)국민소득 통계팀장은 “GDP 순환변동치가 98년 3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2·4분기가 100.8로 전분기와 같게 나타나면서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宋泰政)선임연구원은 “조정기의 시작에 접한 것 같다”며 “아직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것으로 보여 불황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며 수요 측면의 물가불안요인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연착륙 준비할 때〓2·4분기 경제성장률에서 전기 대비 계절변동조정지수가 당초 예상보다 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1·4분기가 1.8%, 2·4분기가 1.1%로 연율로 계산하면 잠재성장률 5∼6%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관계자는 “2·4분기만 봐서는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우려되며 급격한 경기하락을 막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정부가 이 시점에서 경기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물가안정을 통해 경기변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한편 한은 최팀장은 “4·4분기에 가서 전기 대비 성장률이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본격적인 경기 둔화는 내년에나 가서 두고볼 일”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