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이익치회장 금주초 자진사퇴할듯…현대선 부인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03분


‘현대사태’의 핵심 원인제공자로 지목돼 금융당국 등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온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이 이번주초 자진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27일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앞두고 있는 이익치회장이 최근 정부측에 현대증권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회장이 미국 AIG그룹과 외자유치 협상을 마친 후 자신의 거취를 밝히는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은 이날 “이회장의 처리문제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곧 알게 된다”고 밝혀 이회장의 거취문제가 금감원의 징계에 앞서 확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현대의 한 관계자도 “이회장이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정몽헌회장에게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자유치 협상을 끝내고 명예롭게 물러나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회장은 현대증권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금융관련 회사가 아닌 다른 계열사의 고문이나 회장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일선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공식적으로는 “이회장의 거취문제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회장이 AIG측과 협상을 마치고 29일 귀국해 외자유치 협상 결과와 자신의 거취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증권측은 “이회장은 자신의 거취문제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며 자진사퇴 의사를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다”며 “정부 또는 현대 내 이회장의 반대세력이 자진사퇴를 의도적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회장의 한 측근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진사퇴설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며 “9000억원 규모의 외자유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사람의 등뒤에서 ‘협상 당사자가 곧 물러날 힘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반발했다.

<이병기·최영해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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