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개미열전] "단순해야 돈 번다"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50분


‘시초가가 빨간색이면 매수할 준비를 한다. 9시반경까지 빨간색이 유지되면 주저없이 매수한다. 장중 등락이 아무리 심해도 빨간색이 이어지면 변함이 없다. 파란색으로 전환하면 앞뒤 재지않고 무조건 내다판다.’

주식투자 경력 2년의 최성도씨(38)가 고안해낸 이른바 ‘색깔론’에 입각한 매매기법이다. 주식투자자라면 알겠지만 ‘빨간색’은 시초가보다 주가가 올랐음을, ‘파란색’은 내렸음을 가리키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있다는게 최씨의 설명. 그는 올초부터 이 기법을 적용, 삼성전자 단 한 종목에만 투자해 지금까지 30%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방식은 이렇다. 주식 시세를 보는 것은 하루 네 번. 우선 장이 열리는 오전 9시. 시초가가 빨간색이면 매수를 준비하라는 신호다. 장 초반에는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으므로 9시반까지 일단 기다린다.

9시반에도 여전히 빨간색이면 무조건 시장가로 매수. 그리고는 점심시간. 빨간색이 유지되면 매수가격보다 주가가 떨어졌어도 홀딩. 마지막으로 장이 마감하기 직전인 오후 2시반경. 빨간색을 유지하고 있으면 보유한 채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시초가가 파란색으로 변하면 즉시 매도. 물론 장중에 파란색으로 바뀌면 즉시 매도한다.

최씨는 “‘색깔론’의 장점은 먹을 때 많이 먹고 잃을 때 적게 잃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색깔론’에 또 하나의 원칙을 추가했다. 20일 이동평균선이 하향곡선을 그릴 때는 대세 하락기이므로 매매를 하지 않는다는 것. 이 원칙을 적용한 뒤부터는 한 달에 평균 7일 정도만 매매를 하고 있다.

최씨는 “매매를 쉬는 기간 동안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아내는데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색깔론’을 만들어내기까지 적잖은 ‘수업료’를 쏟아부었다. 98년 5월경 주식에 손을 댄 뒤 몇 달만에 투자원금 3000만원이 바닥을 드러냈다. 막연한 ‘감’으로 매수한 삼성화재와 SK케미칼이 최씨를 배신했던 것.

최씨는 다급한 마음에 공부를 시작했다. 주식 관련 TV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시청했고 서점에서 선 채로 책 한권을 독파하기도 했다. 조그마한 투자 정보라도 들으면 일일이 메모를 했다. 최씨는 “방을 온통 메모지로 도배를 했을 정도”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독학’ 끝에 ‘5일 이동평균선이 10일선에 가까워지면 매수’라는 방식을 개발했지만 또다시 실패. 너무 많은 종목을 택한 것이 패인이었다고 최씨는 말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낸 것이 지금의 ‘색깔론’이다. ‘색깔론’에 따라 투자를 하고나서부터는 생활이 편해졌다. 신경쓸 종목도 하나뿐이고 이것 저것 고민할 필요없이 단순한 원칙만 따르면 그만이기 때문. 욕심도 크게 줄었다.

“1년에 10%만 수익이 붙어도 만족입니다. 꾸준히 수익을 올린다는게 중요하니까요.”

△단순하게 생각해야 돈을 번다 △절대 본업에 지장을 줘선 안된다 △여러 종목에 손을 대지 않는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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