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이산상봉단 유치' 중급호텔-식당 경쟁 치열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객실당 몇 명씩 들어갔나요. 연세 많으신 이산가족들이 어떤 음식을 특히 좋아했는지 꼭 좀 알려주십시오.”

8·15 이산가족 상봉 때 남측 가족들의 숙소로 사용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 최근 비슷한 규모의 중급호텔로부터 이같은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올림픽파크텔이 이산가족 상봉 이후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어 지명도가 수직 상승하자 이를 지켜 본 서울시내 중급 호텔들이 추석(9월 12일) 전후와 10월로 예상되고 있는 2, 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

서울 중구 장충동 타워호텔 등 3, 4곳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유치하기 위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몇몇 호텔은 국가정보원의 선정기준을 파악하기 위해 인맥을 동원하고 있으며 이미 ‘행사유치 계획서’를 준비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호텔 판촉홍보팀장은 “상봉가족의 인원도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추석 등의 연휴로 객실 채우기가 쉽지 않은 9월에 이 행사를 유치한다면 호텔 입장에선 대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대형 음식점들도 마찬가지. 지난달 말 남북 장관급 회담과 8·15 이산가족 행사때 만찬장으로 이용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삼원가든의 규모(1000여석)와 요리수준, 선정기준 등을 알아보느라 안간힘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B설렁탕’측은 “맡겨만 준다면 북한의 냉면처럼 남한의 설렁탕을 뽐낼 자신이 있다”며 “다음에 만날 이산가족 중 일부라도 모시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같은 현상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치른 올림픽파크텔과 삼원가든 등이 엄청난 유무형의 수익을 얻었기 때문.

올림픽파크텔은 행사가 끝난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산가족 열기가 남아 있는 상태. 연일 신문과 방송에 나온 덕분에 찾아오는 손님마다 “이곳이 이산가족들이 머문 곳이지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직원들에게 칭찬과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체육계 인사나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 손님들의 투숙까지 늘면서 객실 점유율은 90%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소중한 만남을 이룬 인연의 장소’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이 호텔 예식부는 주말마다 결혼하려는 젊은 연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결혼식 예약이 11월 말까지 꽉 찬 상태다.

삼원가든 역시 ‘정부가 북한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정도라면 분명히 음식 맛이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찾는 사람들로 손님이 30% 이상 늘어났다.

한 호텔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상봉유치 추진팀이 이미 구성됐다”며 “유치에만 성공하면 우리 호텔이 단번에 서울의 명소로 떠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림픽파크텔의 전병호(全炳昊)연회판촉과장은 “객실 배치 및 식사 등에 관한 기본사항은 물론 의료진이나 안전요원 배치, 심지어 ‘기자들에겐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사항까지 다양한 질문을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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