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시장 진출 대형백화점 "두집살림이 더 낫다"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1분


최근 한 백화점 이사회에서는 간부들간에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인터넷 쇼핑팀 출범이후 조직내부에 충돌이 일어나고 가격문제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치는등 문제가 많으니 인터넷 쇼핑팀을 분사시키자”는 실무진의 주장과 “언젠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별이 무의미해질때가 오니 분사를 시켜서는 안된다”는 고위층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

회의 결과는 분사쪽으로 모아졌다. 현장의 감각을 무시하고 너무 서둘러서 닷컴기업을 따라갔다가 기존의 오프라인의 영업이 흔들린다는 현장의견이 채택된 것. 백화점의 영업전략이 1년전 벤처열풍이 불 때 앞다투어 인터넷 쇼핑팀을 만들 때와는 달라지고 있다.

▽비빔밥은 안된다〓오프라인과 온라인 조직을 함께 운영할 경우 우선 가격정책을 펴기 어렵다. 백화점 상품과 인터넷 쇼핑 상품값을 똑같이 책정하면 다른 순수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고객은 인터넷 쇼핑을 외면한다.

그렇다고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을 위해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값을 낮출 경우 기존 고객들이 백화점을 외면해버린다. 현대백화점의 압구정점 한 곳의 1년 매출이 5800억원인데 온라인의 1년 매출 예상액이 300억원임을 감안하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내 문화충돌 현상도 심각하다.

온라인 조직은 기존 백화점 조직과 비교할 때 의사결정구조 마케팅 광고 등 모든 면에서 다르다. 이런 특이한 조직이 기존 조직속에 있다보니 양쪽간에 끊임없이 마찰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이혼’〓현대 신세계 롯데백화점은 최근 회사내에 인터넷 쇼핑팀을 분사했다. e현대 신세계 사이버몰 롯데닷컴이 분사된 조직들. 우선 이들 사이버몰은 백화점에 비해 상품가격이 10%이상 싸다. 가격을 낮추기위해 별도의 구매팀을 두고 백화점의 공급선과는 다른 공급선을 갖고있다.

분사된 조직은 또 기존의 모기업의 기업문화보다는 닷컴기업의 문화를 모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쟁상대가 다른 백화점이기보다 온라인 쇼핑몰이다 보니 벤처특유의 스피드와 활력이 필요한 것.

백화점의 이런 별도조직 영업전략은 자동차 가전 등 다른 대기업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자체 유통망을 갖고있어 온라인 영업을 꺼려해 왔지만 온라인 조직을 분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출발한 닷컴기업들이 오프라인 조직을 갖춰나가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두 조직의 미래는〓김성희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원장은 최근 e비지니스 포럼에서 “1년전만 하더라도 기존 대기업들이 관념적으로만 판단, 온라인 조직을 내부에 뒀지만 현실에서는 두 조직의 융화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 요즘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서점기업인 반스엔 노블스도 아마존에 맞서 온라인 서적판매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온라인 조직과 오프라인 조직은 철저히 구별시키고 있다. 김원장은 “인터넷이 공기처럼 퍼질 미래에는 결국 두 조직이 완전히 합쳐지겠지만 아직까지 성급한 결합은 기존 조직에 손해를 가져온다는 것이 1년간의 실험결과”라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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