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우그룹 계열사의 분식회계 규모가 23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적발해냄에 따라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채권단과 주식투자자의 소송금액이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감사하는 회계법인은 반드시 망한다’는 선진국의 관례가 한국에서도 적용될까.
▽소액주주 소송 움직임 활발〓소액투자자들은 개별종목에 투자할 때 외부감사를 받은 기업의 재무제표가 담겨져 있는 ‘상장기업분석’ 책자를 많이 이용한다.
대우계열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상장기업분석에는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분식결산을 통해 부채를 자산항목에 집어넣거나 적자기업을 흑자기업으로 둔갑시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당연히 회계법인의 잘못된 감사자료를 믿고 투자했다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이후 주가폭락으로 엄청난 손해를 본 것.
이 때문에 대우의 소액주주들은 대우의 부실이 가시화된 1년여 전부터 대우의 회계부실 및 회계법인의 부실감사 문제를 제기하며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소송을 제기해 책임을 묻겠다”고 별러왔다. 한누리법무법인 김주영 변호사는 “금감원이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조치를 확정하면 곧바로 소액주주를 모아 소송을 낼 계획”이라며 “승소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다소 미온적〓사실 소액투자자보다 더 큰 피해를 본 것은 채권단. 은행들은 대우계열사에 대출해줄 당시 외부감사를 거친 재무제표를 토대로 심사했다.
물론 부실대출의 책임이 100% 회계법인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채권단이 잘못된 자료를 토대로 분석토록 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 외국에서는 이처럼 채권금융기관이 대출기업 부실화를 이유로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국내 채권은행은 대우사태로 부실이 심화돼 공적자금을 수혈받은만큼 공적자금 회수차원에서라도 소송을 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재 ㈜대우, 대우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않고 삐걱거리고 있어 소송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조치가 발표되고 워크아웃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후에나 생각해볼 문제”라며 “그러나 단죄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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