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30달러선을 훌쩍 넘은 고유가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크게 어려워하고 있으나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는 업종들이 있다. 섬유 유화 완구 등은 고유가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는 반면 플랜트 조선 유전개발 등의 분야에서는 오히려 주문이 늘어 고유가에 업종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가 야속하다〓연초부터 계속 수출이 부진한 화섬 직물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 화섬 직물의 경우 원료비가 생산비의 60%까지 차지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분이 원가에 반영되면 직물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이 중국 동남아시아 등 경쟁국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원가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힘든 실정인데 폴리에스테르 직물의 경우 8월말까지 수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낮다.
유화업계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제품원가의 70∼75%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해 고유가의 충격을 고스란히 맞게 될 전망. 특히 우리나라 전체 유화수출에서 75.6%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합성수지는 수요시장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유가 폭등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플라스틱 완구업체들의 타격도 크다. 현재 플라스틱 관련 원자재가격이 매월 5% 이상 오르고 있지만 제품값은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유가가 즐겁다〓플랜트수출은 비(非)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8월말부터 가나의 송유관공사(4000만달러)와 원유 정제공장(1억9000만달러) 건설공사를 진행중이다. 8월초엔 SK건설 삼성중공업과 함께 앙골라에서 44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따냈다. 현대종합상사는 현재 인도네시아 대만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17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조선업계엔 원유시추선이나 원유생산저장운반선(FPSO) 등 유전개발선박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이들 선박은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상이 되면 수요가 급증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원유개발선박에서만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12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예상액은 10억달러다.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의 재미도 쏠쏠하다. 예멘마리브유전 개발사업에 2.45% 지분을 투자한 현대종합상사는 올해 200만달러 이상의 추가이익을 올릴 전망. 현대는 리비아 유전개발에도 참여, 내년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우 무역부문은 96년 페루 8광구 유전 지분에 참여, 올해 150억원의 이익을 냈다.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역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ESCO는 에너지과소비 사업장에 에너지 절약 투자를 하고 여기서 발생한 에너지 비용 절감액으로 투자비와 이윤을 회수하는 신종기업. 유가급등 이후 ESCO 수가 급격히 늘어 지난해말 46개에서 8월말 기준 83개에 달한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