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고가제품을 주로 파는 할부금융사에서 판매촉진을 위해 고객의 사전동의 없이 신용정보를 무단조회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정보 조회사실은 기록으로 남으며 조회횟수가 많은 고객은 신용점수가 낮아진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급전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대출을 꺼린다. 고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이익을 받는 것.
직장인 최모씨(25)는 이달초 한국신용정보에서 ‘삼성캐피탈이 할부금융 대출목적으로 당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했다’는 E메일을 받았다.
최씨가 사전동의하지 않은 일이었다. 삼성캐피탈에 확인해보니 ‘최씨가 우량고객으로 선정돼 과거 삼성전자 물품을 구입했던 강원 원주지점에서 대출권유를 위해 조회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원주지점에서는 “회사 내부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대출목적이지 별다른 악의는 없었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했다.
최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일을 경험했다고 보고 인터넷상에서 유사피해자를 모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삼성캐피탈은 이에 대해 “영업직원의 실수로 이뤄졌으니 사과하고 신용정보조회 사실을 삭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당사자의 사전동의 없이 개인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현행법상 명백히 금지돼있다. 금융감독원 한복환 신용관리팀장은 “법규상 신용정보조회는 상거래 유지 및 설정목적으로만 이뤄져야 하며 판촉목적의 이용은 절대로 안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할부금융사의 이러한 신용정보 무단조회 사실을 올해에도 여러건 적발해 주의촉구 조치를 취했다. 금감원은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무단조회한 사례는 아직 없으며 영업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적발되지 않은 무단조회가 훨씬 더 많다는 것. 한 할부금융사 직원은 “고객들에게 사전조회 요청을 하면 허락하는 경우가 적어 대부분 조회 후 문제가 없으면 연락을 취한다”고 전했다. 신용정보에는 대출상황 신용불량기록(카드 및 대출금 연체) 신용조회기록 등이 담겨있어 비밀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부금융사는 제 맘대로 고객의 ‘알몸’을 훔쳐보고 있는 것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