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기자 생생리포트]인천 '납꽃게' 시름

  • 입력 2000년 9월 17일 19시 15분


‘납꽃게’ ‘납복어’ ‘납병어’ 등 납중독을 우려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는 바람에 인천 등 수도권 각지의 어시장과 해물요리 식당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추석 후 꽃게잡이 철이 다시 돌아와 연평도 등 서해 어민들이 잡은 ‘살아있는 꽃게’가 곧 시장에 나오면 달라지겠지만 꽃게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50여개 국산 꽃게 판매상이 밀집한 인천종합어시장에서는 상인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저마다 ‘국산 꽃게’ ‘서해안 꽃게’라는 팻말을 진열대 위에 세워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어시장 상인 김모씨(58)는 “하루종일 허탕만 친 업소가 많다”며 “중국산 납꽃게 때문에 애꿎은 국산 꽃게 판매업소가 된서리를 맞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 최대 꽃게 전문식당이 몰려있는 송도 꽃게 거리도 찾아오는 손님이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식당 주인 최모씨(61·여)는 “손님들이 꽃게를 찾는 경우도 거의 없다”며 “회를 시키면서도 ‘중국산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밑반찬마저 꼼꼼히 살피고 있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수입업체도 울상이다.

인천의 수입업자인 박모씨(45)는 “중국에서 냉동꽃게 400t(시가 50여억원)을 수입했으나 반품사태가 속출하고 판로가 막히는 바람에 부도를 맞고 말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입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꽃게의 경우 올 들어 7월까지 8901t이 수입돼 지난해 1년 동안의 수입량 6263t을 이미 추월했다.

그러나 현재의 수입수산물 검사체계는 수산물 수입이 많지 않던 때에 갖춰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검사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 검역당국은 ‘관능검사’에만 의존하고 있다. 돌이 들어간 홍어의 경우 지금까지 통관과정에서 적발된 것이 단 1건도 없었다.

수산물 수입증가 추세에 따라 검사체계를 보강하는 것이 시급하다. 김모씨(45)는 “사실 지금까지는 정부의 검역체계에 대해 별 의심도 없었고, 수입농산물은 질이 떨어져 문제이지 이런 장난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납은 일단 몸에 흡수되면 빠져나가지 않고 콩팥 등 장기 속에 축적돼 서서히 신경계통을 마비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며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인체 유해성분이다.

정부에서 이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납꽃게의 주범들을 끝까지 추적,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이정우(인천 두리신경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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