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스톡옵션'당근인가,책임수당인가

  • 입력 2000년 9월 18일 18시 33분


‘제도가 잘못됐나, 사람이 문제인가.’

송자 전장관의 사외이사 파문 이후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의 사외이사 재직과 스톡옵션 취득 사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형식은 다르지만 송전장관은 실권주를 받았고 최사무총장은 스톡옵션을 받았다. 경영진의 업무집행을 감독하고 지원해야 할 사외이사가 회사주식을 받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논란의 핵심.

▽사외이사 논란 쟁점들〓사외이사 제도는 IMF 환란이후 우리기업이 잘못된 기업지배구조를 뜯어고치기 위한 핵심조치. 대주주들이 이사회에 깊숙이 간여하면서 이사회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는 등 잘못된 이사회 구조에 외부인사를 넣어 견제와 균형을 꾀해보겠다는 것이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이나 지배주주로부터 독립되고 기업과 경영진 지배주주 사이에서 중립성을 해칠만한 이해관계가 없어야 한다. 일반 상장기업은 이사총수의 4분의1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자산이 2조원이상인 기업은 내년부터 총이사수의 절반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문제는 송전장관의 경우 삼성전자 실권주 인수후 주가상승으로 차익을 16억원 챙겨 대중들의 반발을 샀고 최사무총장의 경우도 기아자동차 스톡옵션 취득으로 향후 잠재이익 가능성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 경영을 감시해야 할 기업의 이사로 일하면서 회사와 유착관계에 빠질 수 있는 당근(회사주식)을 왜 챙기느냐는 것.

▽제도보다는 정서가 문제〓사외이사들은 실제 활동에 비해 급여도 많은 편이다. 통상 한달 임금이 200만∼300만원 가량 된다.

송전장관과 최사무총장의 경우는 어땠을까. 이들 역시 적지 않은 급여를 받고 주식을 샀거나 앞으로 살 수 있는 권리(스톡옵션)을 받았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주가상승으로 실제 이득을 얻었지만 기아자동차는 아직 3년뒤 일이라 어찌될지 불분명하다.

▽찬반 엇갈려〓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송전장관과 최사무총장의 경우 사외이사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영향력이 막강한 사람들이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문제소지가 될 수 있는 주식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장협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주식(스톡옵션)을 받는 행위는 외국사례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라며 “절차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비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은 회사경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상근이사처럼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당근만 챙기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사외이사 문제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접근하기 보다 실제 사외이사들이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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