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 대혼란과 경상수지 악화 등 경제상황을 보며 일반국민뿐만 아니라 경제전문가까지 우리가 ‘과연 IMF에서 벗어난 것일까’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
경제전문가들은 현 경제상황과 3년 전 IMF관리체제에 진입하기 직전이었던 97년말을 비교할 때 현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당시의 국가부도위기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 지연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경상수지 악화 △대외경제상황 불안 등의 변수는 97년 하반기 상황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아 경제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 경제연구소 신금덕(辛金德)박사는 “멕시코 등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한번의 충격으로 끝나지 않고 항상 1년6개월과 2년6개월 사이에 제2의 경제충격이 왔다”며 “우리는 조금 늦게 그 충격이 오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우선 고유가로 인한 수입가 상승과 우리나라 주력수출품인 64메가D램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경상수지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점이 우려할 대목. 97년 말에도 경상수지 적자 누적이 IMF위기를 불러온 주요인 중의 하나였다.
97년 하반기 당시 기아자동차의 악몽은 현재 대우자동차의 악몽으로 바뀌어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점과 기업구조조정 부진도 비슷하다.
태국 바트화 및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대폭락으로 시작된 동남아발 금융위기가 97년 당시 대외적인 불안요인이었다면 최근에는 고유가라는 형태로 대외불안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고유가는 언제든지 동남아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지적.
그러나 이 같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문기(趙文基)외환운용팀장은 “97년 10월 당시 200억달러 정도였던 외환보유액이 9월15일 현재 916억6000달러까지 불어나 설상 외국인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충분한 방어능력을 갖고 있다”며 “또 외국인주식자금이 시가총액의 30%를 넘어서 있어 환차손 때문에 쉽게 빠져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97년 하반기 당시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크레디트라인을 줄이면서 대출을 회수한 것도 외환위기의 주요인이었지만 아직까지 그런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