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금융비용의 비중은 6.9%(99년),물류비용은 13.2%인 데 반해 에너지비용은 겨우 1.7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비용이 낮은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산업용 에너지에 대한 저가격 정책 탓이라는 지적.
정부는 산업용 유류인 벙커C유에 대해 거의 세금을 매기지 않고 전기료도 가정용에 비해 원가 이하로 유지하는 등 산업용 연료를 낮은 가격에 묶는 보호정책 을 취하고 있다. 이 저유가 정책은 결과적으로 기업체들은 에너지 절감보다는 저금리의 대출금을 받는데 치중하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솔직히 은행 가서 이자 몇 푼 더 싼 것을 구하는 게 낫지, 석유 한통 덜 쓰려고 신경쓰진 않았다 고 말했다.
회사내에 에너지 담당 임원을 두는 경우도 거의 없다.외국 기업들의 경우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최고경영진 직속으로 에너지 임원을 둬 에너지 비용 절감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투자비 회수 기간이 길다는 점도 에너지 투자에 인색한 이유다.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상품 하나 잘 만들면 6,7개월만에 본전을 뽑을 수 있는데, 투자비 거둬들이는 데 4,5년씩이나 걸리는 에너지투자를 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기업들의 이같은 소극적 태도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은 매우 낮다.같은 에너지를 투입했을 때 한국과 일본 금속업체의 생산량을 비교해보면 일본이 27%(97년) 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기업체 조명 부문의 경우 효율이 매우 낮아 효율개선 여지가 30%나 된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공장에 나가보면 배관망에 간단한 단열파이프를 감거나 폐열 처리 설비 하나만 설치하면 연간 수백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그것도 안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