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0조원인가〓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경위야 어쨌든 다시 공적자금 추가조성을 위한 국회동의를 요청하게 된 데 대해 국민과 국회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인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외국인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국민적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결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대우 등 부실기업 처리 지연 등으로 금융기관 부실이 늘어났고 은행 경영 정상화 및 종금사 정리 등에도 추가자금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공적자금 소요액이 당초 예상치인 30조원에서 50조원으로 늘어났고 정부 출자은행 주식을 매각해 다시 사용하려던 계획이 증시침체로 무산되면서 추가공적자금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것.
유가급등과 증시불안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고 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가 커지면서 더 이상 머뭇거릴 상황이 아니라고 보았다는 것이다. ‘이왕 맞을 매라면 한꺼번에 맞자’는 심정이었다는 것.
▽추가조성 공적자금 어디에 쓰나〓정부는 당초 5월에 발표했던 공적자금 소요액 규모를 대폭 늘렸다.
시중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로 끌어올리는 작업과 대우차 매각지연 등에 따른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출자, 금고 및 신협 추가구조조정, 부실종금사 정리 및 투신사 지원 등을 감안했기 때문.
수협과 농협 출자, 기업부실화에 따른 은행 추가 충당금 적립 지원, 한아름종금의 손실보전,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투신출자 지분매입, 그리고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투신 출자지분 매입 등은 당초 ‘계산’되지 않은 부분.
▽예측능력 결여 등 문제점〓공적자금 판단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 실패’는 한심한 수준이라는 비판. 정부는 5월까지 “추가 공적자금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가 4개월만에 자금소요액을 20조원 늘리고 40조원을 추가조성하는 정책으로 전면 수정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여당 참패로 끝난 총선 이후 경제정책에 대한 야당의 공격이 거세지자 미봉책으로 일관했다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시장 안정될까〓경제전문가들은 책임추궁과는 별개로 이번 조치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영기(李永琪) 선임연구원은 “당초 예상한 20조∼30조원보다 많은 규모로 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 회복에 적절하다”며 “공적자금 추가조성 규모를 축소했을 경우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려워 오히려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처방에 의존하거나 공적자금에 대한 투명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제위기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