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공룡' 예금보험공사 …40兆 추가땐 더 막강

  • 입력 2000년 9월 23일 19시 19분


‘예금보험공사를 아십니까.’

요즘 금융계와 재계에는 단연 예금보험공사 이야기가 화제다. 정부가 40조원의 막대한 추가 공적자금을 이 기관을 통해 조달키로 하면서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무자본 특수법인’인 예금보험공사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직후부터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96년6월 설립된 예금보험공사를 98년4월 대폭 확대개편, 부실채권정리기구인 자산관리공사와 함께 금융구조조정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의 주체로 활용해 왔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기관 출자, 예금대지급, 자산매입 등을 통해 총 59조원의 공적자금(공공자금 6조3000억원 포함)을 금융기관에 지원했다. 특히 28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출자를 통해 상당수 금융기관의 대주주로 떠올랐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금융기관 지분은 그야말로 국내 최대다. 서울은행 조흥은행 한빛은행 등 10개 은행,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 서울보증보험과 같은 제2금융권 10개사 등 모두 20개 금융기관의 최대, 또는 주요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지분이 없어졌지만 한때 동아생명 등 5개사에도 출자했다. 국내 금융계의 사실상의 ‘지주회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금융계의 공룡’이 되어 있다.

내년까지 40조원의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되면 금융기관 출자비율 및 대상은 더 늘어날 전망. 수협 농협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 출자가 예상되며 시중은행에 대한 지분도 훨씬 높아진다.

권한도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올해 초 금융산업 구조개선 법률 등의 개정으로 예금보험공사 직원이 금융기관의 경영관리인, 청산되거나 해산된 금융기관의 청산인이나 파산관재인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됐다.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대행한다.

예금보험공사의 기능은 크게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따른 자금지원과 지원자금 회수, 금융기관 경영분석 등. 임직원은 국세심판소장 출신인 이상룡(李相龍)사장을 포함해 238명(단기계약직 170명 제외)이다.

예금보험공사의 고민도 많다. 증시 침체로 은행 등의 정부 보유 주식매각이 연기되면서 투입한 공적자금 중 회수액은 7조5000억원에 그쳤다. 공적자금 조성과 관련해 발행한 예금보험기금채권의 이자(2006년까지 20조8540억원 예상) 상환도 사실상 불가능해 고스란히 정부 재정에 전가될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예금보험공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 등의 대주주라고는 하지만 경영에 관여할 권한은 없는 반면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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