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상태에 빠진 기업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온 500여개의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 화의가 진행중인 기업의 관계자들은 이번 퇴출작업에 자신들이 포함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년째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중견 A사 관계자는 “이자부담이 없다는 점 등 때문에 워크아웃기업으로 지정되고나서 오히려 위기의식이 희석되고 구조조정이 늦어진 회사가 많다”며 “퇴출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자신감을 갖고있는 워크아웃 기업은 거의 없을 정도로 위기감이 널리 퍼져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위기감도 마찬가지. 재계에서는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기업들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공언까지 했듯이 4·13 총선 등 정치일정과 대우사태 이후 현대문제가 겹치는 바람에 무뎌졌던 구조조정의 칼날이 다시 예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살생부 명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각 그룹은 우선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과 회사채권이 투기등급으로 분류돼있는 기업들이 퇴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각 계열사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한계기업들이 많이 몰려있는 건설회사들은 회사실적이 경기특성상 지금은 좋지않지만 은행이 조금만 지원해주면 곧 회생할 수 있다는 석명서와 자구안까지 만들고 있다. 대규모 감원계획을 확정해놓고도 사내외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시행을 보류해온 일부 건설회사는 정부의 2차 구조조정계획 발표와 함께 금주내에 감원계획을 시행할 방침이다.
2차 구조조정이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자금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정부가 부실기업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면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멀쩡한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까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자금시장의 동요로 회사 실적이 좋으면서도 자금난을 겪어온 우량 기업들은 그러나 사정이 다소 다르다. 이번 2차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부실기업이 확실하게 정리되면 자금난도 풀리고 주식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