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실업 워크아웃 중단…부실기업 '청소' 신호탄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박상희(朴相熙) 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민주당 전국구의원)이 경영하는 코스닥 등록법인 미주실업¤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중단됐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살생부(殺生簿)를 만들어 부실기업 정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표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부실기업 ‘청소’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19개 채권금융기관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전체 협의회를 열어 서울은행이 상정한 미주실업 워크아웃 중단 건에 대해 91.2%의 압도적 찬성으로 이같이 결의했다.

미주실업은 채권단 결정직후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추후 충분한 채권단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미주실업 워크아웃 중단에도 불구하고 역시 워크아웃업체인 계열사 미주제강과 금속의 기업개선작업은 그대로 진행된다.

워크아웃 진행중인 기업이 중도 탈락한 것은 올들어 세풍종합건설 신우텔레콤 동양철관 신우공업 우방 등에 이어 미주실업이 6번째. 98년에는 통일계열 3사와 아남전자 등이 워크아웃에서 탈락됐다.

미주실업 워크아웃이 중단된 것은 한 마디로 돈을 들여 기업을 살리는 것보다는 청산하는 편이 낫다는 채권단의 판단 때문. 채권단 관계자는 “최근 한국신용평가의 실사결과 미주실업의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나와 대부분의 채권단이 워크아웃 중단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 실사결과 미주실업은 총자산 1001억원, 총부채 1191억원으로 기업빚이 자산보다 190억원가량 많은 상태. 또 기업을 청산할 때 임금 및 어음지급분 등을 제외하고 채권단에 돌아올 몫은 470억원인데 비해 기업을 계속 유지할 경우의 가치는 412억∼468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워크아웃 적용을 받고 있는 기업은 대우계열사 12개를 포함, 모두 45개. 한 채권은행단 관계자는 “미주실업 워크아웃 중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앞으로도 법정관리 또는 청산절차를 밟아야 할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나 기업구조조정위원회측은 “워크아웃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면 2, 3년내 90%정도의 기업들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작년 5월 워크아웃기업으로 선정된 미주실업은 6월말 대출이자를 우대금리 수준으로 낮추고 원리금 상환도 2003년까지 유예해 달라는 채무 재조정안을 제출했으나 이번 워크아웃 중단결정으로 수포로 돌아갔다.건설업계 침체로 98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올 상반기에도 19억1000만원 순손실을 기록. 매출액도 97, 98년 1200억원대에서 올 1∼6월에는 287억원으로 급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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