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란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기는 어렵고 대개는 가족이나 친인척 사이에 이뤄진다. 특히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증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법에서는 상속세와 같은 개념으로 증여세율을 규정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증여세율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한다.대가 없이 받는 재산에 대한 과세라는 막연한 추측과 과거에 시행하던 세율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10여년전에는 증여세율이 매우 높았다.
증여 재산이 2억원이 넘으면 60%의 증여세를 부과했고 다시 그 금액에 20%의 방위세를 더해 모두 72%를 세금으로 거뒀다. 증여 받는 금액의 3분의2 이상이 세금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납부한 세금의 자금출처가 분명하지 않으면 그 금액에 대해 다시 증여세를 부과했다.
그 시절의 환영(幻影)이 지워지지 않는지 일선 세무서 상담창구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증여세를 증여 금액 대부분을 ‘빼앗아’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시행중인 증여세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우선 증여 받은 금액의 기초공제 성격의 증여재산 공제액은 증여자가 배우자인 경우 5억, 직계존비속인 경우 3천만원(20세미만의 미성년자는 1천5백만원)이다. 기타 친족도 5백만원을 공제해준다.공제액을 뺀 나머지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이 된다.
세율도 증여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과세표준금액 1억원까지는 10%, 1억원∼5억원 20%, 5억∼10억원까지는 30%, 10억∼30억은 40%, 30억원을 넘으면 50%의 세율을 적용한다.
즉, 재산이 많은 사람은 세금을 많이 물지만 일반 서민은 세부담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기준시가가 2억원인 아파트를 20세가 넘은 자녀에게 증여하고 3개월 이내에 정상적으로 신고하는 경우, 세금은 2160만원 정도가 된다. 증여하는 재산의 10%에 불과한 금액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양도소득세나 종합소득세의 세율보다도 증여세율이 낮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필자는 증여세를 상담할 때는 정상적으로 증여세를 내는 것이 나중에 자금출처 조사에서도 유리하다고 조언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증여세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현재의 증여세법상 자녀에게 증여할 때 공제해주는 증여재산 공제액수가 적당하다고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않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해 성공한 사람중에는 자녀를 결혼시킬 때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조그마한 아파트 한 채를 사주거나 전세금 정도는 마련해 주는 것이 부모된 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내에게 증여할 때는 5억원을 공제해주고 아들에게 증여할 때는 3000만원만 공제해주는 증여세법의 공제액수는 우리 정서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 것 같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적인 부모 사랑도 세법에서 조금은 감안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세무사>
sbc001@tax―kore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