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우車포기'속내]다임러 눈치보며 위탁경영 노릴지도

  • 입력 2000년 9월 29일 18시 27분


현대자동차가 대우차 인수포기 의사를 밝힌 것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우차에 대해 인수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차회장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인데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배경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겠느냐”며 “포드로부터 포기 이유를 전해듣고 관심이 전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도했던 다임러측 설득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대로서는 다임러가 반대할 경우 대우차 인수전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정회장은 “다임러가 지분을 10%나 참여했고 이사진에도 1명 포함되므로 다임러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진의 의사결정이 반드시 만장일치로 이뤄지지는 않지만 단일 주주로서는 최대주주인 다임러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대우차 처리과정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도 없는 입장이다. “변수에 따라 기업은 유동적”이라는 정회장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 시점에서 현대차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대우차 분할인수 또는 위탁경영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분할인수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6월에는 대우의 해외공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대우 FSO 공장만 해도 근로자의 해고금지나 협력업체 유지 등 무려 18가지 조건을 폴란드 정부와 약속한 상태여서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이와 관련해 정몽구회장도 “현대차의 해외공장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탁경영 방안은 현대차가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은근히 바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차를 위탁경영할 경우 차종이 중복되는 문제점은 있지만 GM이나 다른 외국회사가 국내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을 막을 수는 있기 때문이다. 다임러와 체결한 전략적 제휴와 상충되지도 않고 현대가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어찌됐건 하루라도 빨리 대우차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정부에는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현대 다임러가 대우차에서 손을 떼는 시늉만 해도 GM 피아트가 대우차 값을 후려치려 할 것이고, 국내기업을 외국업체에 헐값에 넘기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드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우차 처리를 마냥 늦출 수도 없다. 벼랑끝 선택을 하든, 새로운 장을 만들든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파리〓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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