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앞바다 유전 '대박'

  • 입력 2000년 9월 29일 18시 27분


‘베트남 앞바다에서 노다지를 캔다.’

우리에겐 전쟁의 상처로 기억되는 베트남 앞바다가 한국의 새로운 ‘에너지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90년대 들어 이 지역에서 잇따라 유전 개발에 성공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 터진 ‘대박’은 한국석유공사가 베트남 붕타우 동쪽 144㎞ 해상 15―1 광구에서 발견한 유전. 매장량은 당초 2억5000만 배럴로 추정됐으나 인근 지역의 추가 매장량까지 포함할 경우 4억 배럴 정도 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이 광구는 특히 국내업체가 운영권자로 참여해 석유를 발견한 것으로는 처음. 석유공사와 SK가 각각 14.25%와 9.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생산되는 원유 전량을 수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갖고 있다. 베트남에서 원유를 도입하게 되면 수송 거리가 중동 지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도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 석유공사는 “거의 국내에 비축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앞바다는 과거부터 한국과 인연이 깊다. 석유공사는 95년에 15―1광구 남쪽인 11―2광구에서 1조2000억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발견했다. 이 가스전은 현재 베트남 정부와 개발협상을 진행중이며 이르면 2004년부터 생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15―1 광구의 남동쪽에 있는 16―2 광구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석유공사가 개발권을 따내 3차원 탄성파 탐사를 실시중인 이곳은 베트남 최대 백호유전 등과 지질구조가 유사해 석유 매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나병선(羅柄扇)석유공사사장은 “과거 전장이었던 베트남 앞바다에 이젠 에너지 자주의 꿈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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