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CEO들에 주는 따끔한 충고

  • 입력 2000년 9월 29일 18시 44분


기업에서 CEO가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이 결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CEO를 위한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묘한 아이러니이다. 이런 면에서 본서는 현재 CEO이거나 혹은 CEO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접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을 우화라는 형식을 빌어 지루하지 않게 소개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부담 없이 서술되었지만 저자가 강조한 5가지 유혹은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할 때 CEO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실적보다 지위를 선택하는 첫 번째 유혹부터 살펴보자. 사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CEO가 부여 받은 가장 큰 사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 보전과 지위에 연연하는 CEO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IMF 사태 이후 최근까지도 금융권, 공기업, 재벌 기업 등 일부 CEO들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것도 바로 이 첫 번째 유혹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두 번째 유혹은 결과를 규명하는 것보다 인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모든 조직은 운영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게 마련인데 CEO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미봉책에 집착할 때 두 번째 유혹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CEO들에게 동료 임원들로부터 호감을 얻을 목적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장기적으로 존경을 받을 목적으로 일하라고 충고한다. 또한 문제가 생겼을 때 담당자를 해고하거나 교체하는 것으로 정작 CEO 자신은 문제를 피해가기 쉬운데, 자신이 문제와 직접 부딪히지 않는 이상 결코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경영 혁신이나 부실 기업 회생이 실패하는 이유도 책임 경영자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땜질식 미봉책이나 선심성 대책만 남발하는 두 번째 유혹에 빠졌기 때문이다.

명쾌함보다 확실함을 선택하는 세 번째 유혹도 경영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이다. 자신이 지적으로 빈틈이 없다고 자만하는 경영자, 회의 중에 큰 그림보다 세부 사항에 집착하는 경영자들은 세 번째 유혹에 빠진 경영자들이다. 과감한 혁신과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최근의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세 번째 유혹에 빠진 CEO는 기업 변신의 시기를 놓치거나 혁신적인 전략 대신 부분적인 개선안을 마련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합의와 조화가 중요하다는 명목하에 생산적 갈등이나 비판적인 시각을 무시하는 네 번째 유혹이나 직원에 대한 신뢰보다 일체의 반론을 불허하는 다섯 번째 유혹도 CEO들에겐 치명적이다. 합의(consensus)의 진정한 의미는 다양한 시각과 대안을 충분히 검토한 후 최적 대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조성하는 과정이지 토론이나 생산적 갈등 자체를 부정하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네 번째나 다섯 번째 유혹에 빠진 기업은 창의성을 잃어버리고 종업원들은 경직된다. 경제 위기설 속에 5가지 유혹을 극복한 뛰어난 CEO의 등장을 기대한다.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 패트릭 렌시오니 지음/ 위즈덤하우스▼

이동현(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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