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소비자값 담합조사]적발땐 1,2社 문닫을수도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35분


"군납 담합이 '깃털'이라면 소비자가격 담합은 '몸통'이다."

국내 정유5사의 군납 유류 입찰담합을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주부터 국내 소비자가격 담합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하자 석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일반 소비물량은 군납 물량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규모가 커 공정위가 이를 적발할 경우 국내 정유사들중 한두 곳은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

▽소비자가격 담합 의혹= 국내 정유사들은 97년 가격자율화 이후에도 휘발유 등유 등 석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을 책정할 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여 왔다. 정유사마다 재무구조, 정제조건 등이 천차만별인데도 소비자가격은 휘발유에서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등유, 경유, 벙커C유 등에서는 거의 똑같았던 것.

예컨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산자부에 보고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가격 가운데 휘발유에서만 ℓ당 10원 안팎의 차이가 났을 뿐 등유, 경유, 벙커C유 등은 많으면 ℓ당 1∼2원, 적게는 0.1∼0.01원의 차이에 불과했다.

또 97년 석유시장 개방 이후에도 국제시가(싱가포르 시장가격·MOPS)와 비교해 국내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돼 온 사실이 본보 보도(6월28일자)로 드러나기도 했다. 수송비 저유비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고 세금을 제외한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을 비교하면 지난 한해만도 무려 2조원이 넘게 차액이 발생한 것.

반면 국내 총생산량의 40% 가량은 국내 가격보다 훨씬 낮은 싱가포르 시장가격으로 외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업계 내부에서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정유사들이 '가격담합'으로 국내에서 고가를 유지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외국에는 싼값으로 수출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 왔다.

▽수입업자를 막기 위한 가격담합= 석유제품 수입업자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별로 폴주유소(특정정유사 표지를 단 주유소)가 가격담합과 영업활동 담합을 했다는 사실은 공정위 조사를 통해 이미 일부 확인된 상태.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주유소들이 자발적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지시가 없었다면 어떻게 전국적으로 이같은 일이 발생했겠냐"고 반문한 뒤 "이미 울산 전북 등에서 확인된 사실을 전국적으로 확인하면 사실관계가 곧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진·이승헌기자>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