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는 SK가 신용카드업에 진출한 것을 놓고 금융업 진출에 성공했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SK의 ‘숨은 뜻’을 간과한 해석이다. “SK의 금융업 진출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석권이라는 야심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최강의 고객정보〓디지털시대에는 고객정보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고객 한명 한명의 욕구를 섬세하게 파악해 1 대 1 마케팅을 구사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때문에 기업들은 사력을 다해 고객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있다.
최근 기업들은 신용카드업만큼 좋은 고객 DB확보에 유리한 업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용카드 사용 명세를 보면 고객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 SK나 롯데 현대가 카드업 진출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이번에 SK는 신용카드업에 진출해 한국 최고의 고객정보를 거머쥔 그룹으로 등장했다.
SK는 이미 011, 017가입자 1450만명, 엔크린 가입자 700만명 등 2000여만명을 OK캐쉬백서비스 회원으로 갖고 있다. 여기에 신용카드 회원까지 OK캐쉬백 회원으로 가입시키면 휴대전화, 주유소 고객, 신용카드 고객 정보가 하나로 통합된다.
이 세 업종의 고객이 SK신용카드 회원으로 통합되면 고객 이동도 별로 없고 고객정보도 풍부한 DB가 탄생하게 된다. 막강한 마케팅파워를 가진 회사가 등장하는 셈.
▽전자상거래시장의 석권〓SK는 SK신용카드를 IC칩이 장착된 스마트카드, 즉 전자화폐로 발전시킬 계획.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스마트카드의 고유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결제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 또 IMT―2000서비스가 도입돼 무선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될 경우에도 스마트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IMT―2000이라는 전자상거래의 도구와 스마트카드라는 결제수단까지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업체들은 많은 수수료를 내면서도 앞다투어 SK스마트카드의 제휴사로 합류하기를 원할 수밖에 없다.
▽성공 여부〓라이벌 기업들은 “소비재를 취급한 경험이 별로 없어 전투력(마케팅 파워)이 약하고 내부 인적자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계획을 실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지적한다. SK의 DB가 가장 좋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SK측이 지금 DB마케팅을 잘 하고 있느냐는 데는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도 많다. 또 IC카드형 전자화폐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비가 필요하고 선진국에서도 성공한 예가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