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2개 기금의 운용 규모는 정부 한해 살림살이의 두배 규모인 196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기금은 국회 심의 없이 담당부처 장관의 재량에 따라 운용됨으로써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올해 처음 실시된 공공기금 운용 평가에서 각종 의혹과 문제점들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진 것이 그 예다.
정부는 내년도 기금운용 계획에서 △핵심 역량 사업 주력 △기금과 예산과의 지원 일원화△자산운용 전문가 채용 확대 등을 통해 기금 운용을 내실화하고 기금과 관련된 조직을 축소하는 등 ‘거품’을 빼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없앨 수 없는 기금의 속성 및 각 부처 정치권 등의 반발이 거세 기금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달라지는 기금 운용〓정부는 기금의 설치 목적에 맞는 역점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주택기금의 경우 재정수지를 7조2000억원 적자에서 4조2000억원 적자로 개선했지만 오히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은 확대했다는 것.
기금운용과 관련된 조직과 기능도 줄였다. 축산발전기금의 경우 기금관리 인력을 381명에서 333명으로 감축했다.
공공성이 낮은 기능은 민간부문으로 넘기고 효과가 크지 않은 경상적인 사업비는 가능한 한 줄였다.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이 아파트형 공장건설을 하겠다고 낸 입지사업에 대해서는 민간과 중복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마무리 소요만 반영시켰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건강박람회 개최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참전기념사업기금은 지역 군소행사 경비를 대폭 줄였다.
이밖에 기금과 예산이 중복 지원됐던 사업은 지원을 일원화했다. 중앙관서 경비를 기금관리비로 편성해 지적을 받았던 고용보험기금은 특근매식비, 업무추진비 등 관련경비를 일반회계 기본사업비로 돌렸다. 보훈원 급식비는 그동안 일반회계와 보훈기금에서 중복지원했으나 내년부터는 일반회계로 지원을 일원화한다.
▽4년 만에 기금 균형 재정〓기금의 재정수지는 97년 9000억원 흑자에서 98년 1조원 적자, 지난해 3조6000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는 11조2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 기금운용은 수입과 지출을 같은 균형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대비 기금재정수지적자폭은 올해 2.1%에서 내년에는 제로가 된다.
기금 재정수지 개선은 사상 처음으로 사업비를 감축(―4.1%)하고 기금관리비 증액을 최소한(3.1%)으로 억제하는 등 지출구조를 건전화한 데 있다.
구분 97 98 99 2000예산 2000전망 2001전망 기금재정수지 GDP대비 0.9
0.2-1.0
(-0.2)-3.6
-0.7)-10.9
(-2.1)-11.2
(-2.1)0.0
(0.0)국민주택기금 -2.4 -3.3 -3.7 -5.7 -7.2 -4.2 공공자금관리 기금 -2.0 -2.8 -6.3 -6.1 -5.0 -5.2 정보화촉진기금 -0.2 -0.3 -0.6 -0.7 -0.7 -0.4 국민연금기금 4.7 6.0 7.0 6.0 6.7 11.5 기타 0.8 -0.6 0 -4.4 -4.9 -1.5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