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회의 내용]구조조정 '마지노선' 설정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54분


4일 잇따라 열린 경제관련 회의에서 ‘경제팀 수장’인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앉았다. 진장관은 ‘어려운 상황’ ‘심리적 불안 확산’ ‘위기의식을 갖고’ 등의 표현으로 우리 경제의 현실을 진단했다. 현 경제팀이 얼마 전까지 자주 입에 담던 “거시경제지표는 좋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부문별 변수에는 우려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도 그만큼 우리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폭등, 반도체 가격 하락, 해외증시 불안 등 대외 여건 악화와 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 해외매각 차질 등 ‘악재’가 줄지으면서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정부대책 무엇을 담고 있나〓이번에 나온 대책 중에는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앞당기고 이에 대한 분명한 일정을 못박은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정부가 정책의 최우선을 이 분야에 둔 것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둘러싼 불안이 남아 있는 한 우리 경제에 대한 국내외의 신인도 확보와 금융시장 안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를 위해 정부는 당초 연말까지 예정했던 2단계 은행 구조조정을 다음달말까지 완료하기로 하고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대한 국회동의가 늦어질 경우 차입 등을 통해서라도 최대 6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은행권에 투입키로 했다. 종금 투신 보험 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작업도 연말까지는 끝내기로 했다.

또 워크아웃 법정관리 화의기업 등 잠재적 부실기업의 처리방침을 연말까지 확정해 부실기업 정리를 끝내고 부실기업 경영에 대한 책임추궁을 위해 금융기관 공동협약을 이달 중 만드는 등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

경영혁신이 미흡한 기관의 예산을 삭감하는 등 공기업의 경영혁신을 예산과 연계하기로 한 것은 공공부문 개혁 미흡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팀의 깊어가는 고민〓8월7일 출범한 현 경제팀은 불과 두 달도 안 된 지금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진념 경제팀은 출범초만 해도 현대자동차 계열분리문제를 무난하게 마무리짓고 전임 경제팀의 문제였던 ‘팀워크 부재’문제도 불거지지 않아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국내외 악재가 잇따라 불거져나오고 대우차 문제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증요법으로 대응하다 차질을 빚으면서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받고 있다. 마침내 최근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및 여권인사들 사이에서도 현 경제팀에 대한 질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팀은 상당히 억울해하는 표정이다. 현 경제팀 발족 이전부터 누적된 문제까지 고스란히 뒤집어쓴데다 비판의 논거 중 일부는 사실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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