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근 前대우구조조정협의장, “잘못되면 희생양 찾는 한국식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0분


오호근(吳浩根·사진) 대우 구조조정협의회 전 의장은 “더 이상 대우차 매각작업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다국적 컨설팅사 라자드의 싱가포르 책임자로 일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작업을 진두지휘해오다 최근 사표를 낸 오 전의장은 이날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무언가 일이 잘못되면 희생양을 찾는 한국식 문화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도 아니니 홀가분하거나 섭섭함도 없다”고 말했다. 오 전의장은 6일 사의를 표명한 뒤 싱가포르로 출국했다가 이날 귀국했다.

그는 11일로 예정된 임기만료를 며칠 앞두고 미리 사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이미 GM이 채권단에 인수의향서(LOI)를 냈고 나는 더 이상 이 협상에 관여하지 않을 건데 의장직을 계속 유지하는 게 이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것은 거의 ‘천재지변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일단 협상이 결렬된 것은 사실이니까 도의적으로 책임지고 물러나기로 한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나 산업은행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있는 상황에서 내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메신저 역할밖에 못하게 생겼는데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수도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채권단에 그동안 내가 의장직을 맡으면서 바라본 대우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앞으로 협상시 유의해야할 점 등을 적어서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차 매각 컨설팅을 맡았던 라자드사의 싱가포르 책임자로 내정된 상태인데 이와 관련, “대우구조협 의장직을 맡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얘기됐던 것”이라며 “포드와 매각협상 진행중에 라자드사를 끌어들인 것은 모건스탠리 하나만으로는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인데 이후 라자드가 훌륭히 업무를 수행했고 모건스탠리와 한 번도 트러블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오 전의장의 라자드 개입설’과 ‘라자드 싱가포르 책임자 내정설’을 확인한 것이다.

한편 GM이 오 전의장과 홍콩에서 만나 채권단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의사를 전달했던 것은 당초 알려진 대로 7일이 아니라 1주일 전인 지난달 30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포드와 협상이 결렬된 뒤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은 직후인 지난달 19일부터 GM과 접촉해 관심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때부터 양쪽이 의견조율에 들어갔고 지난달 말 GM으로부터 대우차 인수에 나서겠다는 답변을 받은 뒤 인수 방법 및 절차 등 세세한 부분을 논의했고 이에 어느 정도 합의하자 10일에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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