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활성화와 공시기능 및 외부감사 기능 강화 등을 통해 경영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며 "매사를 법이나 제도로 묶어 얽매려는 발상은 옳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 규정을 이용해 세세한 부분까지 통제할 경우 규제 비용과 기업들의 부담만 늘어날뿐 기업경영의 투명성 공정성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논리다.
재계는 △계열사간 거래(매출액 5% 이상)를 주주총회에서 승인받도록 하고 △주주총회 소집일 공고를 현행 15일전에서 30일전으로 연장한 것 등은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반박했다. 또 소액주주들이 연대해서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결권을 몰아 행사하는 집중투표제는 국제규범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가의 경영의욕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사외이사를 전체 이사의 50% 이상 둬야 하는 기업의 범위를 현재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서 모든 상장회사로 확대하는 조치도 기업 경영을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결과를 초래해 치열한 국제경쟁 무대에서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독소조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특히 정부가 작년 정기국회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상법과 증권거래법을 고친 뒤 불과 1년만에 다시 법 개정에 나선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경련 이병욱(李炳旭)경영조세팀장은 "현재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제도는 미국 등 선진국보다도 앞선 수준"이라며 "일단 실천부터 해보고 잘못된 점이 드러나면 그때가서 바꾸는게 순리인데 정부가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강요할 성질이 아니라 시장 시스템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돼야 한다는게 재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