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예금 1614억원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12분


‘장롱속에서 잠자는 통장을 깨우세요.’

은행의 휴면계좌,이른바 ‘잠자는 통장’에 들어있는 돈이 수천억원대의 천문학적인 금액이라면 과연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주식시장 침체와 함께 경기둔화 양상이 겹쳐 가계살림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현 싯점에서 휴면예금을 마냥 푼돈 취급해서는 안될 것 같다.

10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7월말 현재 국내 은행 휴면예금은 3778만3000개 계좌에 무려 1614억4600만원에 달한다. 계좌별 평균예금액은 4272원에 불과하지만 이런 푼둔이 모여 1614억원이라는 거액이 사장(死藏)되고 있는 것이다.

통장에 잔액이 1만원 미만이면서 1년 이상,1만∼5만원 미만으로 2년이상,5만∼10만원 미만이면서 3년 이상 거래가 중단된 경우 통상 휴면계좌로 분류된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휴면계좌의 주인이 된다는 것. 통장에 남아있는 돈을 모두 찾았는데도 나중에 은행에 가서 확인해보면 잔액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이는 인출하기전 금액에 대한 이자가 돈을 찾고 난 다음에 붙기 때문.

예컨대 A씨가 7월15일에 본의 명의의 저축예금통장(연 2%)에 1억원을 예치한 후 9월초에 1억원을 인출했다고 치자. A씨는 다 쓴 통장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계좌엔 30만원가량이 남아있었다. 예치기간중의 이자가 인출후인 9월중순경에 지급된 때문. 이런 사실을 모르고 지나친다면 A씨는 휴면계좌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저축예금 자유저축예금 보통예금 등 요구불성 예금(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예금)의 이자는 출금할 때가 아니라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일괄 지급된다. 돈을 모두 출금해도 통장이 살아있으면 (계좌를 해지하지 않았다면) 정해진 날에 이자가 발생해 통장에 입금된다. 인출시 예치기간에 대한 이자를 모두 받으려면 ‘통장 해지’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한다는 의미다.

휴면계좌에 남아있는 돈을 찾으려면 통장과 주민등록증을 지참하고 해당 은행의 가까운 점포에 가서 인출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통장이 없을 경우엔 재발급을 받아야 한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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