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검은 황금의 땅' 중동으로…"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36분


‘다시 중동으로 가자.’

고유가로 오일달러가 넘치는 중동 시장을 잡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총력전에 나선다.

70∼80년대 국내 건설업체의 ‘달러박스’였던 중동시장은 90년대 저유가체제 이후 경기가 가라앉자 ‘죽은 시장’으로 전락했던 곳. 작년부터 경제가 살아나면서 중동지역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으나 한국업체들의 중동 진출은 올 들어 매우 저조하다. 기대했던 ‘제2의 중동붐’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와 건설 수출업계는 11일 ‘중동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회의’를 갖고 ‘중동 특수’ 공략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중동 플랜트 수주 대대적 지원〓산업자원부와 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경제단체와 주요 종합상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중장기 수출보험 인수 규모를 올해 7조4500억원에서 내년에는 9조9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한 것.

산자부는 환율 및 이자율 변동 보험 대상 거래를 활성화하고 업체별 프로젝트별 위험관리체제를 구축키로 했으며 중동 국가별 신용도평가를 더욱 탄력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신국환(辛國煥)산자부장관도 다음달에 중동을 방문, 건설 수주 등에 대한 측면 지원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정부는 또 내년 상반기까지 중동지역 시장개척단을 10회 정도 파견하는 등 마케팅 능력을 강화하고 중동 진출 업체에 대해서는 해외시장 개척 기금을 지원할 때 우대키로 했다.

▽중동 바람 다시 불려면〓올 들어 중동 바람은 아직 그야말로 ‘미풍’에 그치고 있다. 특히 건설 수주 실적은 민망할 정도로 초라하다. 중동지역은 작년부터 각종 인프라와 플랜트 등 대형 공사 발주를 쏟아내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은 오히려 작년보다 뒷걸음질치고 있다. 11일까지 국내 업체들의 건설수주 실적은 6억83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5억달러에 크게 못미친다.

중동에 대한 수출은 그런 대로 호조를 보이곤 있으나 전체적인 수출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중동 공략’ 부진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그동안의 중동 시장 침체로 국내업계가 이 지역 지사 등을 잇따라 철수시켜버려 영업망에 구멍이 뚫려 있다. 또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한 신인도가 떨어졌고 금융권의 구조조정 여파로 입찰보증 운영자금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종전 한국의 자리를 중국이나 태국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면서 빼앗고 있다.

따라서 제2의 중동 특수를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영교(吳盈敎)산자부차관은 “단순한 건설시장으로 볼 게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산업협력 대상으로서 중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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