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혁의 후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다.'
재경부의 예금부분보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올린다고 하자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처럼 엇갈렸다.
▽개혁 퇴색론 =한도를 대폭 올린 데 대해 부분보장이 아니라 사실상 전액보장과 다름없다는 평가다. 최도성(崔道成) 서울대 경영대교수(증권학회장)는 자금시장 불안을 우려한 정부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개혁취지와 어긋나는 정책 이라면서 이번 조정도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돼 문제 라고 지적했다.
문을 닫아야 할 회사는 퇴출시키는 것이 개혁의 기본인데도 시간을 끄는 것은 구조조정 의지가 퇴색해진 증거라는 것이다.
보장한도를 크게 올린 것은 부실은행 수명을 연장시키고 도덕적해이를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미 약속한 2000만원 한도를 올린 것 자체가 신인도에 흠이라고 꼬집는다.
▽금융시장 안정 위한 불가피론 =정부가 금융시장 영향을 염두에 두고 한도를 이처럼 올린 것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재연(李載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협 등 지역금융기관의 혼란을 막고 경제성장 규모를 감안하면 정부조치는 적절한 것 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예금을 부분보장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규모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며 당초 3000만원을 고려한 정부가 5000만원까지 올린 것은 금융시장 영향을 제대로 내다본 조치 라고 분석했다. 2002년에 정부가 예금부분보장한도를 다시 고려한다 해도 경제성장률을 감안한다면 5000만원이하로 내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내년실시…불안한 금융권
금융권은 예금보장 한도를 당초 2000만원에서 5000만원 가량으로 높이기로 한 데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금부분보장 시기를 늦추지 않은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장한도 상향조정에 대해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막연한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 이라는 반응들. 특히 거액 기업고객이 많은 상호신용금고 업계는 한도를 1억원 정도로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라면서도 내심 반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선 금융기관에서는 이 조치로도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비우량은행에서 우량은행으로의 자금이동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국민은행 마케팅팀 관계자는 보장한도가 5000만원으로 높아져도 거액예금자나 법인들의 돈은 보호받지 못한다 며 아직까지 크게 움직이지 않은 이들의 자금이 연말이 가까워지면 우량은행으로 대거 몰려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부 비우량 은행들이 예금유치를 위해 수신금리를 높이면 우량-비우량 은행간 수신금리 양극화현상도 빚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연구원 이재연(李載演)박사는 자금 대이동의 부작용을 막으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퇴출할 금융기관은 예금이 전액 보장되는 연내 마무리짓고, 내년 이후에는 파산이 아니라 금융지주회사 등으로 묶는 작업을 벌인다는 청사진을 널리 알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시행시기에 대해서는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 및 서민금융기관간 견해가 확연히 엇갈렸다.
주택 국민은행 등에서는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인 것 이라며 시장에 의한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반응.
반면 비우량 으로 꼽히는 한 은행의 임원은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태에서 예금부분보장제가 시행될 경우 자금흐름의 왜곡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금고업계도 시행시기를 늦출 수 없다면 금융권별로 보장한도를 달리 적용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