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증시폭락 정부 무대책 거센 비판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48분


정부가 폭락하는 증권시장에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15일 학계 금융계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융 및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증시침체가 다시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줄곧 외부환경과 투자자책임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건전한 시장발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특효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국자가 문제의 심각성은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성토하고 있다.

▽정부는 ‘주가 저평가’타령〓무엇보다 증시를 보는 눈이 시장실상과 너무 떨어져 있다.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은 증시에 대해서는 취임 초부터 ‘실물에 비해 턱없이 저평가됐다’는 입장을 고수해 “증시정책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진장관 취임 당시 재경부 당국자들은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다”며 “조만간 제자리를 찾아 주가가 급등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낙관했다. 재경부 당국자들은 “우리 경제상황에 비춰보면 종합주가지수는 800선 내외가 정상”이라며 조만간 정상화될 것이라며 섣불리 개입했다간 후유증만 커진다는 입장이었다. 구조조정이 끝나갈 연말 무렵엔 폭등장이 올 수 있다며 낙관론쪽으로 쏠렸다.

▽‘개입불가론’만 고수〓이처럼 정부의 안일한 시각은 ‘무대책이 상책’이라는 증시정책으로 일관했다. 건전한 차원에서의 시장개입조차 하지 않은 것.

그러나 주가는 이미 환란전후 수준으로 떨어졌고 투자자들의 고통은 오히려 환란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거래소시장은 액면가에도 못 미치는 종목이 수두룩하고 코스닥종목은 원금의 7분의1∼10분의1까지 폭락한 종목이 허다하다.

정부 내부의 정책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경부는 “시장을 살피는 일은 금융감독위원회 소관”이라는 입장이고 금감위는 “제도개선은 여전히 재경부”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장단기 조화로운 대책 없어〓정부가 단기대책은 물론 증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대책도 별로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각종 연금과 기금이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고치기로 했고 시장자율에 의한 증시부양을 위해 기업인수합병(M&A) 펀드를 허용하는 장기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도 증시체질강화와는 별 관계가 없고 효과를 발휘하려면 내년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다. 최도성(崔道成·증권학회장)서울대교수는 “정부가 증시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은 쓰지 않고 당장의 수급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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