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장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내한하는 주룽지(朱鎔基)중국 총리가 19일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공장을 방문할 때 직접 안내할 계획이다.
삼성측은 “20여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데 맞춰 최고 경영자로서 민간 외교관으로의 역할을 하려는 의미”라고 밝혔다. 삼성이 거의 모든 ASEM 회원국과 투자 및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이회장이 공식만찬 등 각종 행사에서 정상들과 만나게 되면 재계 대표로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회장이 ‘민간 외교’ 차원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측면 지원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이 81년 서울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활약한 전례를 빗대 “현대가 올림픽을 유치했고 삼성은 노벨상을 따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소문이 나돌 만한 이유도 물론 있다. 삼성전자는 96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년간 노벨상 관련 행사의 공식 스폰서로 나서 850만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그 대가로 제품 및 기업 광고에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필름을 사용할 권리를 부여받는 한편 2002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노벨상 100주년 기념 전시행사의 국내 스폰서로 선정된 상태.
삼성 관계자는 “노벨상의 권위를 감안할 때 삼성이 김대통령의 수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추측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시드니 올림픽에서 확인됐듯이 글로벌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친 하나의 사례로 이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