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경영부진 CEO는 '파리목숨'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45분


유명 기업의 빛나는 최고경영자가 물러나게 되는 것도 한순간.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로 하고 연봉계약을 한 CEO가 기업가치를 떨어뜨렸다면 계약이 깨질 충분한 이유가 되는 셈이다.

최근 두 미국기업의 이사회와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성과가 나빠지자 CEO를 갈아치웠다.

통신장비업체 루슨트 테크놀로지사 이사회는 리차드 맥긴 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전이사회장 헨리 샤트를 후임으로 내정했다.

‘최근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 즉시 새로운 리더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23일 이사회 발표의 내용. 주당 순이익이 올4/4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10%, 다음해 1/4분기에는 올해 같은 기간보다 약7%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맥긴 회장이 시장흐름을 잘 읽지 못해 새 사업 영역에 들어갈 타이밍을 놓친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보고 있다. 광섬유를 이용한 초고속 통신 분야에 노텔이나 시스코 등 경쟁사들이 이미 뛰어든 후 뒤늦게 따라갔다는 것.

질레트면도기 듀라셀 파카만년필 등으로 유명한 질레트사의 CEO 아이클 호우레이도 19일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질레트의 주가는 지난2년간 50% 넘게 하락했다. 회사가 적자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매출과 순익이 예상보다 1% 가량 밑돌면서 주가가 흔들렸다. 적자 때문이 아니라 단지 ‘예상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뿐이지만 주주들의 손해에 대해 CEO는 책임을 져야 했다.

호우레이 사장이 사표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질레트의 주가는 15% 넘게 뛰어 올랐다. CEO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회사의 가치가 단숨에 40억달러(약4조원)나 올라간 셈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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