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거액 전주(錢主)들이 프리(Pre)―코스닥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다가 주가폭락으로 자금이 완전히 묶인 상태다. 여기다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 불법대출사건의 불똥이 사채시장까지 튀면서 거래가 전무한 실정이다.
▽프리코스닥에 물렸다〓명동 사채업자들은 전통적으로 급전이 필요한 기업의 진성어음을 높은 이자율로 할인해 이를 되파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외환위기 때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를 싼값에 인수해 재미를 봤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코스닥시장 등록이 예정된 기업(프리 코스닥기업)에 집중투자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발목이 잡힌 것. 사채업자들이 주로 투자한 장외기업은 두루넷 신세기통신 LG텔레콤 온세통신 등 정보통신 4개사. 꽤 유명한 사채업자 2명은 온세통신 주식을 각각 200만주씩 주당 2만원에 매입했는데 현재 8000원선으로 폭락했다. 두루넷도 평균매입단가가 5만원, LG텔레콤은 3만∼5만원 가량인데 주가는 8000원, 9000원 선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한 사채업자는 “투자자산의 30%를 장외기업에 투자했다가 물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부분이 일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엎친데 덮친 격〓사채시장 관계자는 “정현준 사장이 두달전 1000억원을 모집한다며 30억원을 투자할 것을 제의했다”며 “당시는 한국디지탈라인 자금악화설이 퍼질 때여서 거절했지만 이경자씨 주변의 전주들은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사장이 1000억원을 모집한 이유는 인터넷 지주회사인 ‘디지탈 홀딩스’를 설립하기 위해서. 이중 400억∼500억원이 실제 입금됐으며 이 펀드에는 사채업자 뿐만 아니라 금고직원과 개인투자자들, 금융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시장에서는 최근 회사채 지방채 뿐만 아니라 안전한 국고채마저 거래가 끊겼고 사채업자들은 현금보유 위주로 위험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명동의 한 자금중개인은 “코스닥시장이 살아나 전주들이 장외기업 투자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시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