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00년 9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9월중 수출입 차를 나타내는 상품수지가 21억72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이달중 경상수지가 올들어 가장 큰 규모인 1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9월까지의 누적 흑자도 77억3000만달러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목표 90억달러 달성은 물론 100억달러 흑자도 가능할 전망이다.
수출은 반도체 등 전자 전기부품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50% 이상 늘고 승용차 수출도 36.5% 늘어나면서 152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고유가 지속으로 원자재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31.5%의 큰 폭의 증가를 보였으나 소비재 수입 둔화로 증가폭이 전달에 비해 15.1%포인트나 줄었다. 이번 달의 상품수지 흑자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정정호(鄭政鎬)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반도체 등 주력 수출분야에서 증가세가 지속돼 올들어 가장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며 “반도체 가격은 떨어지고 있으나 수출물량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9월 자본수지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8억9000만달러나 순유출됐고 자산관리공사의 대우 해외부실채권 상환 등이 겹치면서 1년 만에 9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경우 25일 현재 2억9000만달러의 순유출로 2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이 한국을 떠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 이창복(李昌馥)외환시장팀장은 “10월 들어 순유출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현재로서는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