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신세기 합병 심의 왜곡]공정위 국민 誤導했다

  • 입력 2000년 10월 30일 04시 51분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심의의결 내용을 왜곡한 것으로 드러나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및 외압 시비를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공정위가 “기업결합에 따른 효율성 증대효과가 인정된다”고 발표한 것은 경쟁제한성, 즉 독점의 폐해가 효율성보다 더 크다는 당초 결론을 뒤집은 것이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공정위 위원장과 민간 전문가 등 모두 8명의 위원이 참여한 심의결과가 조작돼 보도자료로 작성된 것은 ‘국민을 속인 행위’로 지적된다.

심의의결 내용보도자료 발표내용
외국의 통신업체간 기업결합은 대부분 국가간 또는 지역간 결합으로, 국가내 또는 동일지역내 수평결합은 흔하지 않다. 동일시장내 수평결합에 관해서는 매각명령 등 시정조치를 하고 있다.통신업계는 세계적으로 M&A가 활발한 분야임. 최근 EU는 영국의 Vodafone-AirTouch가 독일의 Mannesmann을 인수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
IMT―2000이 도입되더라도 현재의 이동전화시장은 상당기간 존속할 것.IMT―2000사업이 2002년부터 상용화될 경우 현재 이동전화시장의 비중은 크게 축소될 것.
기업결합이 통신망 통합, 국제경쟁력 강화 등 효율성 증대효과를 갖는 점은 인정되나, 경쟁을 제한하는 폐해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됨. 이 기업결합행위는 이동전화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로 위법임. 이번 기업결합으로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점유율이 42.7%에서 56.9%로 증가하여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나 통신망 통합운영, 신규투자 중복회피, 국제경쟁력 강화 등 효율성 증대효과가 인정됨.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결과 의결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경쟁제한성의 폐해가 경쟁 사업자들이 지적해온 대로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됐다는 점. 기업결합으로 당장 시장점유율이 56.9%로 올라가 2위 업체인 한통프리텔과 32.2%포인트의 격차가 나는 것은 물론 가입자수 증가에 따른 ‘네트워크 외부효과’로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나왔다.

시장지배력을 평가하는 시장집중지수(HHI)도 1213이나 증가해 독과점 폐해 요인으로 지적됐지만 무시됐다. 이는 미국이 HHI의 증가치가 100 이상인 경우를 시장지배력 강화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다.

또 의결서 원안에 SK텔레콤에 유리한 점은 수두룩했던 반면 소비자나 시장측면에서 플러스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 점도 효율성 증대효과에 의심을 품게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의결서는 신규사업자나 해외사업자의 시장 진입가능성이 거의 없고 통신망 커버리지와 개발능력, 재무상태 등이 현저히 개선되는 등 SK텔레콤이 기업결합으로 얻게 될 소득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소비자 측면에서는 요금인하 지연 등 요금조정을 통한 독과점 체제 강화와 부가서비스 개발 지연 등의 부작용이 집중적으로 우려됐다. 공정위 최종 보도자료에서 동일시장내의 기업결합이 세계적인 추세로 인용된 점도 논란거리. 미국의 월드컴과 스프린트 합병에 대해 미국 법무부가 합병금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동일시장내 기업결합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통신업체간 기업결합은 국가간 또는 지역간 결합일 경우에만 허용되고 동일시장내 수평결합에 대해서는 매각명령 등 시정조치가 내려진다. 장거리 전화사업자인 월드컴과 스프린트의 경우 점유율이 각각 19%와 8%로 기업결합전의 SK텔레콤(42.7%), 신세기통신 (14.2%)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공정위가 세계적인 추세로 언급한 영국 보다폰과 독일 만네스만사의 기업결합 또한 서로 시장을 달리하는 기업간 결합으로 SK텔레콤 기업결합과는 무관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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