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가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현대 기아차의 총수가 이같은 말을 한 것은 내년도 자동차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바닥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자동차 내수시장은 고유가와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내수의 마이너스 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시작된 97년(―8%), 98년(―48.5%)이 처음이었는데 이번에 현실화된다면 사상 세 번째로 적게는 ―2%, 많게는 ―27%까지도 예측되고 있다.
최순철 현대차 승용상품 전략팀 이사는 30일 “내년도 자동차 내수시장은 10% 가량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현대차 내수판매도 10%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김학주 연구위원도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대를 유지해준다면 내수가 165만대 수준으로 올해보다 9.6% 증가하겠지만 성장률이 4.5%대로 떨어진다면 내수가 147만대 수준에 그쳐 2.2%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두 번째 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만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도기업이 속출해 실업률이 급등하면 내년 자동차 내수는 올해 대비 27.2%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연구위원은 “설비투자 규모가 큰 자동차산업에서 내수 위축은 매출감소로만 이어지지 않고 수익성도 하락시킨다”며 “자동차업체들은 상황에 따라 98년처럼 심한 소비심리 경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현금을 확보하는 사업구조를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같은 인식에 따라 현대차도 대비에 나섰다. 내수의 감축분을 수출로 돌리고 EF쏘나타 후속모델을 시작으로 개발된 신차를 속속 시장에 내놓아 신차 효과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