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영재의 월가리포트] 죽쑤는 기술주, "대선만 끝나라"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2분


윈도우 드레싱(Window dressing)이라는 말이 있다. 마치 점포의 쇼윈도를 치장하듯이 분기나 1년 결산기를 앞두고 자신의 실적을 보기 좋은 모습으로 치장한다는 금융용어다. 예컨대 연말에 일시적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연초에 다시 재대출을 받는 방법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처럼 꾸미는 것을 말한다.

월가에서는 주로 뮤추얼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결산기를 앞두고 그동안 실적이 좋지 않은 즉, 손실을 많이 본 종목들을 펀드에서 제외시키고 수익이 크게 난 종목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본질적으로 펀드의 수익률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손해를 크게 본 종목들을 보유한 상태로 결산 보고서를 작성해 투자자들에게 공개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윈도우 드레싱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월말이거나 분기말 그리고 결산기말이 된다.

10월은 대부분의 미국 뮤추얼 펀드의 결산기다. 따라서 10월 말을 기준으로 보유종목에 대한 결산을 통해 펀드의 수익률이 공개되고 또한 펀드매니저의 실적이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그동안 수익을 내지 못했던 종목들은 설상가상으로 펀드에서 밀려나면서 매물이 증가해 추가 하락을 기록하고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으로 집중적인 매수세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종목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늘어나면서 양극화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금년들어 거품 붕괴론으로 주가 하락에 시달리던 기술주들의 소외감이 더욱 커진 상태다. 다우지수가 연일 반등에 성공하는 사이 나스닥 지수는 아직 연중 최저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윈도우 드레싱 효과가 결정적이진 않았지만 일정부분 영향을 발휘한 까닭이다.

그러나 결산기가 이제 마감됐기 때문에 그동안 소외됐던 낙폭과대 종목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 보다 충만한 상태에 있다. 일단 가격측면에서 충분한 조정을 거쳤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낙폭 과대 종목은 전통주에서도 찾을 수 있으나 등락폭이 더 컸던 기술주들 중에서 이를 만족하는 종목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마지막 불확실 요인인 미대선이 끝나는 11월 7일 이후에는 본격적인 기술주 움직임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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