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섬유회사 가운데 앞으로 2∼3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우리는 최후의 생존자 가운데 하나가 될 자신이 있습니다."
집무실에서 만난 조민호(趙民鎬) 휴비스 사장이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내뱉은 각오다.
휴비스. SK케미칼과 삼양사의 섬유사업 부문이 분사하면서 합쳐져 지난 1일 출범한 회사. 휴먼(human)과 비전(vision)이 결합된 회사 이름처럼 인간에게 가장 유용한 발명품 중 하나인 섬유를 보다 인간적으로, 보다 자연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것이 조사장의 다짐이다.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는 값이 싸고 실용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울이나 면같은 천연섬유의 느낌을 줘야죠. 면같은 합성섬유, 이것이 우리회사가 개발에 주력할 제품입니다.
그런데. 섬유회사라는 게 어차피 장치산업 아닌가. 기존의 낡은 설비를 가지고 어떻게 신소재의 고부가가치 섬유를 개발해 낸다는 말인지.
기존 설비를 버리고 새로운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죠. 이미 있는 설비를 활용하는 것인데 결국 인적자원에 달려있습니다. SK케미칼과 삼양사의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이 합쳐져서 이미 기술개발에 투입되고 있는 단계죠.
공급과잉이라는 세계 및 국내 섬유산업 환경상 회사를 통합해 경쟁력있는 큰 회사로 거듭나야한다는 논의는 그동안 꽤 있었다. 새한과 한국합섬도 함께 논의하던 통합이 결국 양사 통합으로만 이어진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98년이던가요? 컨설팅사인 매킨지에 한국의 섬유회사가 통합될 경우 시너지효과가 얼마나 나는지 용역을 맡겼죠. 수요보다 공급이 우위인 한국 섬유시장에서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되던 시기였습니다. 99년에 다시 맡겼더니 500억∼800억원가량 시너지효과가 난다는 구체적 숫자까지 제시하더라구요. SK케미칼의 사장으로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 결과에 대해 받아들인 일부 회사와 통합논의가 시작됐고 반신반의 하던 회사는 떨어져나갔죠. 사실 새한과 한국합섬도 통합에 대해 긍정적이었는데 중간에 경영진이 바뀌는 등 상황이 변해 지금은 논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섬유는 일본보다는 제품 품질에서 떨어지고 대만보다는 값이 비싼 애매한 위치 아닌가. 어떤 전략으로 수출시장을 뚫겠다는 각오인지 확인해봤다.
지금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100∼200년 뒤까지 살아남게 됩니다. 세계 섬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지만 사실상 기본적인 수요는 4∼5%씩 증가하고 있지요. 기술만 일본과 비슷하거나 능가할 수있으면 늘어나는 수요를 확보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휴비스는 3년안에 고부가가치 섬유의 비중을 현재 40%에서 80%로 늘려 업계 1위로 도약할 것입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